북한이 25일 새벽 강원도 원산에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5월 9일 이후 77일 만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일이 터진다. 아침에 눈뜨기가 겁날 정도다. 동해를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밀고 들어오던 러시아와 중국이 마침내 독도 영공까지 건드렸다. 중국은 국방 백서에서 사드를 다시 문제 삼고 나왔다. '사드를 추가 배치 않는다, 한·미·일 군사 동맹은 않는다,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제(MD)에 가입 않는다'는 안보 주권 포기 선언까지 내주며 사드 문제를 해결했다던 우리 정부만 바보가 됐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로 한국 경제의 동맥을 누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 볼턴 안보 보좌관이 일본과 중재에 나서 줄 것으로 기대했더니 호르무즈 해협 파병, 한·미 방위비 분담금 같은 안보 청구서만 내밀었다. 볼턴이 한반도를 떠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은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지난달 말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이 만났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미·북 간 적대 관계가 실질적으로 종식됐다"고 했다. 한국 영토에서 성사된 미·북 회동에서 정작 우리는 배제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잠시 말을 주고받은 것에 감격하며 4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북은 판문점 회동 때 "2~3주 내 개최한다"고 합의했던 미·북 실무 협상에 3주가 넘도록 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훈련을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미국 측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19-2 동맹 연습'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런 북의 눈치를 보느라 우리 군은 훈련 이름에서 '동맹'을 빼기로 했다.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도 돌아온 결과가 북의 쌀 지원 거부와 미사일 발사다. 요즘 북은 대한민국을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처럼 함부로 대한다.

두 달 전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 때 우리 군은 "불상 발사체"라고 불렀다. 제3자는 물론 북한까지 미사일이라는데 우리만 미사일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북이 핵을 탑재해 대한민국 영토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로 위협하는데도 우리 안보와는 무관한 일인 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본토로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아니면 된다면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한·미가 별거 아니라는 식이라고 대응했으니 북이 다시 미사일 도발을 해도 문제 삼기 어렵게 됐다. 안보에서 한번 원칙을 허문 대가다.

한반도 주변 세력이 번갈아가며 대한민국을 건드려 보고 있다. 말 그대로 동네북 신세다. 이런 위기가 거듭돼도 청와대는 태평하기만 하다. "이래도 괜찮은 것이냐"고 걱정하는 국민만 불쌍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5/20190725030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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