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6일 저녁 전화 통화에서 북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최근 안보 상황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 달성 방법에 대해 의견 일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애초 7일 통화 예정이었지만 하루 앞당긴 것이라고 일본 매체는 전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보다 하루 늦은 7일 밤 통화했다. 청와대는 "(북 발사를) 면밀히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일본보다 왜 늦느냐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북 단거리 미사일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을 직접 겨냥한 위협이다. 미국이 당사국인 한국을 제치고 일본과 먼저 통화한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당사자인 한국보다 일본과 먼저, 그리고 보다 내밀하게 협의하는 모습을 보인 게 이번만도 아니다. 지난 3월 일본 외무상은 중의원에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은 사전 실무협상 단계에서부터 '좀처럼 진전되기 어렵다'는 점을 미·일이 공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과 달리 미·북 회담 결렬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는 회담 당일 아침 '하노이 합의'를 기대하고 남북 경협을 준비할 인력 중심으로 청와대 안보실 인사 개편을 했고, 회담 결렬 30분 전에는 '남북대화 본격화'를 예고하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과 달리 일본에만 협상 전망을 정확히 알린 것일 수도 있고, 같은 얘기를 들려줬는데도 한국 정부만 희망적 사고에 빠져 사태를 오판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017년 하반기 북이 ICBM을 잇달아 발사할 때도 문 대통령보다 먼저 통화했다. 그때만 해도 아베는 '한·미·일 세 나라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 발사체 분석에 미·일 전문가가 협력할 것"이라며 한국을 빼버렸다. 대놓고 한국을 따돌리고 있다.

미·일 정상은 4~6월에 걸쳐 태평양을 넘나들며 세 차례나 만나게 돼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전후해 한국에도 올 것인지는 아직도 미정인 상태다. 정상 간의 통화나 상호 방문의 횟수나 선후 관계는 치밀한 외교적 판단과 계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아 있다는데 정작 미·일·북은 다른 차에 타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7/20190507036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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