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이산가족 북한 방문단을 14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베풀며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 해나갈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남북 이산가족이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2일 국내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9월, 10월에도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에는 고향까지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남북한은 이미 9월 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를 매듭짓기로 합의했다. 남북한 정상들의 이같은 언급은 무엇을 의미할까.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8월 말 장관급회담 때 설명을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면회소와 별도로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추진하겠다는 것같다”고 말했다. 즉 우리 측이 9월 초 비전향장기수들을 북으로 보내면 직후에 남북이 적십자회담을 열어 면회소 설치시기와 장소를 매듭짓고,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교환방문대로 남북이 합의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상봉규모와 일정 등도 8·15 교환방문의 전례에 따르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이와 별도로 면회소의 장소로는 판문점, 금강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 측은 가능한 한 판문점 등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희망하고 있고, 북한도 연락관 접촉에서 판문점 얘기를 꺼낸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판문점을 ‘열강의 각축의 상징’, ‘50년의 유물’ 등으로 규정함에 따라 북한은 가능하면 판문점을 교류의 장소에서 제외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면회소를 이미 시설이 되어있는 곳에 마련할 경우 남북합의에 따라 9~10월 중이라도 문을 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11월 이후 이산가족의 상봉방법은 어떻게 될까.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다만 김 위원장이 내년에는 고향까지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점으로 미뤄, 북한이 내년에도 면회소와 별도로 교환방문 형태의 상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한 남북대화 전문가는 “김정일 위원장이 계속해서 ‘은혜’를 베푸는 형식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끌고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내에 문을 열 가능성이 있는 면회소를 별개로 친다면 교환방문 또는 고향방문 형태의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됐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아무래도 2차, 3차 장관급 회담을 거쳐야만 북한의 진의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