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美·北 정상회담의 초점이 비핵화 대신 ICBM 합의라면 北의 '핵무장 국가' 입지 높여
주한미군 감축·철수 약속하면 韓·日 동맹국 곤경 빠트리는 '재앙적 성공'으로 끝날 것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다음 달 말쯤 열릴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미·북 정상회담은 많은 한국인의 환영을 받을지는 몰라도 미국의 동맹국과 한국에 실질적 위험을 가져올 수도 있다.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는 미·북 간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재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요구 목록을 더 늘렸을 뿐이다.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는 대가로 김정은은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 선언,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미군 핵무기 한반도 배치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2차 정상회담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는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하거나 실질적 합의를 하기보다 미·북 대화를 계속 이어간다는 또 다른 합의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회담의 외형상 목표인 '비핵화'라는 단어조차 쓰지 않으면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다루는 것이 미 행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핵무기가 아니라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ICBM 관련 합의를 수용할 경우, 핵탄두는 물론 일본과 한국을 사거리에 둔 북한 중·단거리 미사일 600여 기(基)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며, 핵무장 국가로서 북한의 지위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동맹국들의 사정을 무시(無視)하는 이런 합의를 북한과 할 수 있다는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사상 최장기간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 정지) 중이고 뮬러 특검이 그의 장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외교 분야의 성공이 절실하다. 특히 그는 지지층에 "우리 조국인 미국 본토의 안보를 지켰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한국으로선 트럼프가 북한에서 더 큰 양보를 얻는 대신 주한 미군 감축·철수를 약속하는 경우에 신경 써야 한다. 이미 트럼프가 시리아 주둔 미군을 빼내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미군 철수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이는 한참 먼 시나리오가 아니다. 더욱이 한·미 양국은 주한 미군 유지 관련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작년 한 해에 9602억원을 분담금으로 지출했지만 트럼프는 그 두 배로 증액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퇴하고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이 떠난 마당에 미 행정부에서 주한 미군을 현재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다. 트럼프는 쉽게 미군 철수를 결정할 수도 있다.

작년 8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국방수권법은 국방장관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먼저 인정하지 않는 한 주한 미군 병력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못 박고 있다. 하지만 보잉사 임원 출신인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행정부나 군 근무 경험이 전무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만 있으면 주한 미군 감축 필요성을 쉽게 인정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을 저버리고 곤경에 빠트리는 '재앙적 성공'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와 군축의 전제 조건인 핵·미사일 현황 신고조차 거부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추가 실험 동결과 기존 핵무기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통제하는 선에서 미국과 합의할 수 있다. 이미 수명이 다해 가동하지 않고 있는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방문 허용 같은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이런 합의의 핵심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을 해체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일 것이다.

그 반대급부로 미국은 대북 제재 완화를 모색할 것이나 이는 미국 국내법과 유엔 결의안 등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미 행정부는 그래서 한국 정부에 대북 제재 예외 조치를 허용해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 같은 광범위한 대북 경협이 이뤄질 수 있다. 미국은 또 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 선언, 미군 핵무기의 한반도 밖 이전(移轉) 배치에 합의할 수도 있다. 일부는 이런 합의를 환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 결정까지 내린다면 한국과 일본은 홀로 내버려져 핵무장한 북한과 상대해야 하며, 이것은 두 나라에 재앙이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2/20190122027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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