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특별 중대 보도'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평안북도에서 쏜 미사일이 고도 2802㎞까지 상승했으며 39분간 933㎞를 날아가 동해에 낙하했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나흘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이 레드라인을 넘을 때 우리(한·미)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며 "북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중국을 향해 강력한 압박을 재차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 도발 직후 열린 NSC에서 'ICBM급'이라는 표현을 썼다. 북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해도, 북이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시험을 통해 ICBM에 근접한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군 당국의 잠정 분석에 따르면 사거리 7000㎞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5월 15일 발사 미사일이 4500㎞ 정도였는데 한 달 보름 만에 사거리를 크게 늘렸다. 미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1만㎞ 이상을 확보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봐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고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북은 앞으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고 6차 핵실험도 하려 들 것이다. 설마 설마 하다가 결국 ICBM 무장을 했다고 협박하는 상황까지 왔다. 북은 앞으로 긴장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후 미국과 직접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대화든 충돌이든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북의 이런 시도는 예정된 절차라고 봐야 한다. 태영호 전 공사를 비롯한 고위 탈북자들이 수십 번 했던 얘기이다. 그런 걸 우리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탄두를 장착한 김정은의 ICBM이 미 본토를 겨냥한 상태라면 미국 여론은 달라질 수 있다. 뉴욕을 핵 공격에 노출시키면서까지 서울을 지키려는 미국 정치인은 없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의 가치도 돈으로 환산하는 사람이다. 자국 희생을 감수하면서 한국을 방어할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북의 ICBM은 유사시 증원 전력이 한국에 오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어떤 경우든 북의 ICBM은 미국의 동맹 의지를 약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에겐 심각한 위협이다.

우리 정부가 문제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통해 북의 핵과 미사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대화 주도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큰 성과라 했다. 북이 일절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린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북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미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치고 있다"고도 했다. 불과 며칠 후 북은 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안이한 인식으로 ICBM 개발을 목전에 둔 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결의를 보여주지 않고도 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문 대 통령 정부는 임기 초반 큰 고비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방부 방문 때 "정권은 유한하지만 조국은 영원하다"고 했다. 그 생각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화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대북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에만 얽매이면 나라 안보가 중대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대북 정책을 원점(原點)에서 완전히 다시 돌아볼 때가 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4/2017070403465.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