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보호하고 있는 황장엽(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한 김영삼(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면담 요청이 거절된 데 대한 논란이 4일도 계속됐다.

김 전 대통령은 황씨가 자신의 요청 사실조차 몰랐다는 보도(본지 4일자 5면)를 접하고 “이것은 일개 국정원장이 할 수 없는 일로, 전적으로 DJ가 한 일이며, 이 정권이 거짓말 정권임을 증명한 사례”라고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을 강렬한 어조로 공격했다. 이날 YS를 만난 한나라당 박종웅(박종웅)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귀순한 황 비서에게 자유를 돌려주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 “국정원은 면담을 거부한 적이 없고, 황씨 개인적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황씨의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황씨는 이날 쓴 메모에서 “김 전 대통령이 우리의 망명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신 데 대해 늘 감사히 여기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정세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씨는 이날 오후 본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의 면담 요청 사실을 3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으며 국정원 측으로부터 사전에 들은 바 없었다는 조선일보 4일자 보도내용을 거듭 확인했다. 7월12일, 8월1일 두 차례에 걸친 YS의 면담 요청을 ‘황씨 개인 의사에 따라’ 거부했다는 국정원 측 설명을 부인한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도 “조선일보 기사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황씨는 ‘왜 국정원이 황씨가 면담을 거절한다고 김 전 대통령에게 답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글쎄, 어째선지 모르겠는데, 나로서는 이러쿵 저러쿵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가 바뀌면 만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라며 “다른 문제가 없을 때야 만나는 게 좋죠”라고 대답했다. 황씨는 ‘지금 정세가 어떻길래 그러느냐’는 질문에 “아유, 그런 데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금 상태가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는 “자유롭다거나, 자유롭지 않다거나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황씨는 또 ‘요즘엔 왜 강연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여기서(국정원에서) 조직해주지 않으면 못하니까…”라며 “다음에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을 때 얘기하자”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예정됐던 황씨의 모든 강연 일정은 취소됐다.

/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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