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쇄 숙청으로 불안 높고 核·미사일 통한 통일 전략은 강고한데 대비책 진척 없어
북한 내부 격변까지 감안해 사드로 한·미 同盟 강화하고 韓·日 안보 대화 재개해야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장성택과 현영철을 비롯한 핵심 정치 엘리트 수십명을 연쇄 숙청해 내부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과연 수십년 축적된 체제 모순이 무력 도발을 통해 밖으로 분출될지, 아니면 안에서 폭발해 내부 급변 사태가 발생할지가 북한 정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상반되는 두 개의 시나리오에 동시 대비하는 대북 전략이 시급해졌다.

핵과 미사일을 중심 수단으로 삼는 북한의 대남 군사 패권 전략은 쉽게 변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김일성 통치 이래 일관돼 온 '조국의 자주 통일'이란 목표는 북한 체제의 정체성과 불가분 관계에 있다. 무력 통일 추구 없는 북한 체제 존속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 9일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수중 사출(射出) 시험은 핵도발 원점이 지상에서 해상으로, 전방에서 측후방으로 확산됨을 뜻한다. 핵탑재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시일이 필요하고 아직은 기술적으로 미진하다 해도 주목할 것은 북한의 집념이다. '자위적 핵(核) 억제력'으로 정당화되는 핵무장 의지는 확고부동하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증언처럼 '인민의 절반이 굶어 죽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지난 20년 북핵 협상사(史)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향후 2~3년 내 핵 운반 수단의 마지막 단계인 SLBM 개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얼마 전 "맞설 용기 있다면 도전해보라"는 북한 군부의 협박은 핵보유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미국의 '확장된 핵 억지력' 공약 외에 이렇다 할 북핵 대응책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 떠올랐던 미 전술핵 재배치, MD 도입, 자체 핵무장 중 어느 하나도 진지하게 고려되거나 실행되지 못했다. 워싱턴의 핵과학 전문가는 한국이 결국 독자 핵무장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안보 위기를 보는 눈높이를 가늠하게 한다.

북한은 SLBM 시험과 때맞춰 함(艦)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NLL 부근에서 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에 한·미 군수뇌부가 연쇄 작전회의를 갖고 SLBM 저지 수중 킬체인을 계획하는 등 다각도의 대응을 모색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미 연합방위 체제의 흔들림 없는 가동이 우리 안보의 최후 보루가 되고 있다. 동맹의 중요성을 안다면 '행동'을 통해 신뢰를 표현해야 할 타이밍이다.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6월 방미가 결단의 적기(適期)가 아닌가 한다.

군부 서열 2인자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무자비한 제거는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북한 권력 엘리트층의 회의(懷疑) 확산과 지지 기반 상실로 직결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봉기나 혁명은 정통성 붕괴에 따른 폭력적 지배와 엘리트의 이반에서 시작됐다. 변덕스럽고 분노 조절을 못하는 과격한 독재자가 펼치는 피의 숙청이 역풍을 맞을 공산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 북한 급변에 대비한 한·미의 대응 계획 점검이 필수 수순이다. 북한 군부 내 권력 암투나 생존경쟁이 대남 도발을 촉발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제 대북 전략은 철저히 안보에 기반해 북한 급변에 대비하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통일은 그 결과물로 뜻하지 않게 찾아올지도 모른다.

미국이 70년 전의 적대국을 '부동(不動)의 강고한 동맹국'으로 격상시킨 결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비난하기에 앞서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팽창에 대처하려는 미국의 안보 전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안보를 공동 책임지는 동맹국이 크게 신뢰하는 국가와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우리도 대적관(對敵觀)의 혼란을 극복할 때가 됐다. 한·미·일의 안보 협력 복원을 위해 한·일 안보 대화 재개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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