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작년 11월, 북한 정부는 13개의 경제특구 활성화에 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세계언론은 북한이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무역을 발전함으로써 외화를 벌어들일 방법에 대한 인식이 생긴 징후라고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내려진 후 1년이 지났지만, 그 새로운 무역특구에 대한 보도가 별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무역을 통해서 외화를 버는 것이 정말 필요한 나라입니다. 문제는 무역을 하는 방법입니다. 북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이 세계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북한 중화학 공업의 기술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북한은 기계와 공업시설을 비롯한 완성품을 수출하기가 어렵습니다. 현대의 세계 기술 수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실상 북한이 성공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하 자원이고 또 하나는 노동력입니다. 북한은 지하자원이 비교적 많은 나라입니다. 대부분 북한사람들의 상식과 달리 예외적인 수준이 아니지만, (아주 풍부하지 않지만) 지하자원이 없지는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 지하자원 수출은 정말 나쁘지 않습니다.

또한 노동력도 비슷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교육수준이 비교적 높지만 소득수준이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서 낮은 임금으로도 일을 잘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북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수입하려 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나 일본은 북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에 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경제는 북한에서 수많은 지하자원을 수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중국회사들은 그들에게 중국노동자들보다 월급을 훨씬 적게 준다고 하더라도 회사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중국과의 무역과 경제협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게 될 때 중국이 북한 국내정치에 간섭과 함께 대북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타 국가에서 지원받기를 희망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것은 합리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와 일본에 대한 희망이 많지만, 여러 가지 국내외 문제 때문에 러시아도 일본도 중국만큼 북한과 경제협력을 발전시킬 뜻도 기회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원래대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무역개발정책을 계속할 수밖에 없지만, 정치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와 같은 정책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모순이 현재 북한 무역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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