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3국 방문에서 돌아온 후 문득문득 던지는 북한에 대한 코멘트는 매우 직설적이다. 더구나 예상 밖의 순간에 북한을 꼭 예로 들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기자들이 이슬람 국민들의 대미(對美) 인식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부시는 대뜸 “미국은 연간 3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선의(善意)’가 은폐되고 있는 구체적인 경우로 북한을 꼽은 것이다. 그보다 며칠 전에는 미국의 소리 방송(VOA) 60주년 기념식에 참석, “북한과 같은 정권들에서는 단지 이 방송을 듣는 것만으로도 범죄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물론 의회의 공화당 인사들도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사실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앞으로 북한 인권을 본격적으로 문제삼을 태세다.

곧 발표될 연례 세계 인권보고서를 시작으로, 북한 청문회와 국제종교자유위원회의 대북 정책대안 권고 등 일정이 줄지어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 담당자들이 북한 인권 관련 인사들을 잇따라 면담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평양방송이 지난달 28일 “미국은 우리의 인권과 종교문제를 걸어 우리를 힘으로 제압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은 향후 미국과의 1차 전선(戰線)이 인권문제가 될 것임을 예견한 때문인 듯하다.

반면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탈북자에 대한 처벌 완화 등을 예로 들며 북한의 인권상황이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에서 활동하다 쫓겨난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씨는 요즘 미국 조야(朝野)를 뛰어다니며 이 같은 한국정부의 자세를 “비겁하다”고 비난한다. 한국이 혹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불감증(不感症)에 너무 오랫동안 매몰된 것은 아닌지 따져볼 때다.
/朱庸中·워싱턴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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