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부터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갖자는 제안에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한 이유가 ‘상봉장소 미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가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7일 오는 2월 17~22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은 일주일간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RFA는 3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장소로 예정된 외금강 호텔의 난방시설과 수도 배관 등이 추위로 동파되는 등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국방위원회 소속 간부에게 이 같은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한국이나 중국 같으면 단시일 내 수리보수가 가능해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현재 북한사정으로 단기간 내 수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행사를 지휘하고 있는 북한의 통일전선부가 남한에 날짜를 위임한 게 실수라고 주장했다. 남한 측에 ‘시설문제로 인해 행사개최가 어렵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날짜를 연기하자니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겹치게 돼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전화통지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이미 적십자 실무 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설이 지나 날씨가 풀린 다음 귀측이 편리한 대로 진행하자”고 했었다.

한편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제의 일주일만인 지난 3일 ‘5일 또는 6일 남측이 편리한 날짜에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남북은 5일 오전 10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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