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의 참담한 인권문제만큼 남북관계에서 화급히 다뤄야 할 사안은 없다. 식량위기로 100만명 이상의 주민이 아사하고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것은 북한식 전체주의적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화해를 해친다' '북한정권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외면해 왔다. 정부뿐 아니라 권위주의 정부시절 인권투쟁에 앞장서온 수많은 인권운동가들 마저 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이상스럽게도 입을 다물어 버렸던 것이 그간의 풍토였다.

그런 풍토에서 그간 외롭게 활동해 온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이 국제 NGO들과 함께 개최한 '제3회 도쿄 북한 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에 북한인권과 난민문제의 심각성을 재삼 경고하고 지속적인 국제 네트워크를 구성키로 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서울에서 열린 지난 1, 2회 때와 달리 국제적인 외연을 넓히기 위해 도쿄에서 개최된 이번 회의가 전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 인권문제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문제 못지않은 중요한 이슈라는 문제제기다. 종교의 자유도 없고,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가운데 하루 하루 노예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의 인간 이하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인데도 지금까지 이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왔다. 수많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그리고 탈북자문제가 제기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정식으로 문제가 된 일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다른 하나는 모든 대북지원 등에 북한인권문제를 반드시 연계시키자는 것이다. 식량지원뿐 아니라 의약품 등 사소한 지원도 이것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당국과 우리 사회는 이들 해외 NGO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햇볕'은 북한주민들에게 비쳐져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북한집권층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침묵이 북한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한 참석자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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