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개성공단 체류 근로자 126명이 귀환한 데 이어 29일 전력과 급수 등을 담당하는 관리자 50명이 추가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에따라 근로자와 관리인력이 모두 떠난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 직전의 방치 상태로 몰리는 셈이다.

정부는 인력이 모두 귀환해도 재가동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개성공단이 결코 폐쇄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북한 역시 “남한의 처지를 고려해 공단의 완전 폐쇄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향후 공단을 다시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간 대치국면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 개성공단이 이른 시간 내 다시 가동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정부에서 추산하고 있는 피해액과 기업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의 차이가 커 보상을 놓고 진통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현재 입주기업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남북경협보험이 유일하다. 이 보험에 가입한 입주기업이 피해보상을 신청하면 최대 70억원 한도에서 투자금의 90%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상액의 산정 기준이 총 투자액이 아닌 현 시점의 감가상각분을 고려한 잔존가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피해보상 규모는 실제 손실액보다 훨씬 적은 데다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건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론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한 특별대출과 금융권을 통한 긴급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소기업청도 입주기업들에 대해 긴급 경영안정자금 신청을 받고 대출자금의 상환도 당분간 연기할 방침이다.

그러나 입주기업들은 지금까지 거론된 피해보상 방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치권이 합의해 특별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 정부는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주장에 따라 개성공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안전행정부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피해규모에 대한 정부와 입주기업들의 입장 차도 문제다. 정부는 피해규모를 1조원대로 보지만 입주기업들은 3조~10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당장 생산 중단으로 인한 피해와 그동안 투자금액 등을 더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한달여 공단 가동중단으로 납품을 하지 못해 원청업체(대기업)들이 계약 위반으로 소송을 걸 가능성도 있다. 기존 거래선이 줄줄이 끊어지는 데다 잇단 송사에 휘말릴 경우 기업의 존폐 자체가 문제된다는 게 입주기업들의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금은 여론 동향 때문에 원청업체들이 입주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잇따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피해액을 산정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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