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사건에 대한 AP의 보도에 이어 영국 BBC방송이 1일 당시 피난민에 대한 사격명령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문건들과 함께 사건을 심층보도함에 따라 국제적 관심 속에 사건의 전모가 햇빛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조성될 전망이다.

특히 BBC는 노근리사건을 자체조사했던 미 국방부가 당시 피난민들에 대한 사격명령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상당수 참전병사들의 구두증언을 확보했음에도 불구,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 미 당국의 진상은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BBC는 미 국방부가 약 14개월에 걸쳐 노근리사건을 조사하면서 당시 작전을 벌였던 7연대 퇴역장병들을 대상으로 구두증언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증언 내용은 대부분 비공개로 처리됐으나 증언자료에 접근이 허용됐던 인사들에 따르면 상당수 참전병사들이 노근리에서 피난민들에 대한 사실상의 사격지시가 있었음을 기억하고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미 국방부는 사격명령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7연대 통신기록이 사라졌음을 들어 사격명령에 관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AP통신의 노근리 취재단 일원이었던 찰스 핸리 기자는 '국방부는 노근리 사격명령을 한마디로 잘라 부인하고 있으나 사격명령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문건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고 국방부측 주장의 허점을 지적했다.

미 국방부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당시 조사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조차 의구심을 내보이고 있다.

한국전에 참전했고, 국방부 조사과정에 자문을 제공했던 피트 맥클로스키 전 의원은 국방부 조사결과를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미 정부와 국방부, 그리고 대부분 정부기관들은 곤혹스러운 진상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않고있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당국은 지난 1950년 당시 군 지도부가 내보인 행태를 축소하려 들고 있다고 볼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BC 보도 및 진상은닉 여부 등에 대해 국방부 등 미 당국은 아직 공식적 반응을 보이지않고 있다./런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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