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Powell) 미국 국무장관은 1일 “미국은 북한 침공(invasion)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북한 지도부를 ‘악(evil)’으로 표현하며, 계속 확고한 정책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유니비전 네트워크TV와 가진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란·이라크 등 3개국이 악의 정권이라는 점을 세계에 매우 분명히 지적한 이유는, 이들 국가들이 모두 테러 지원국이고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 미사일을 개발하며 매우 편협하고 독재적인 정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의 말은 이들 3개국 주민들이 악이 아니라 그들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들이 악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이들 3개국에 대해) 당장 내일 행동해야 할 전쟁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미국은 이들 국가들에 관해서는 확고한 정책들을 계속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한에 대해 언제 어디서 누구와든지,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문제든 논의하기 위해 의제를 정하지 않고 만나겠다고 제의해 두고 있으나,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말을 비판적으로 보기보다는 북한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지도자들은 잘 살면서 미사일을 만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을 방문한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과 회담하기 직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휴전선에서 재래식 군사력 일부를 후퇴시키고 분명한 평화의지를 선언하며, 무기를 수출하지 말라는 우리의 제안에 귀 기울이기를 희망한다”면서 “만일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파월 장관과 회담을 갖고, ‘악의 축’이라는 표현 때문에 한국에서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우려가 있고, 미국이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느냐는 민감한 반응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내용은 미국이 수행 중인 대테러 전쟁의 맥락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 위협에 대해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천명하고, 국제사회에 우려를 전달한 것이며, 대북정책 기조가 변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회담에 배석했던 외교통상부 임성준 차관보가 전했다.
/워싱턴=주용중 특파원 midway@chosun.com
/뉴욕=김재호 특파원 jae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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