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 등 3개국을 ‘악(악)의 축’으로 규정한 지 이틀 만인 31일 이들 3개국에 대한 실질적인 응징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3개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려섞인 여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 미사일 수출이 대북 초점

콘돌리자 라이스(Rice) 보좌관은 이날 미국 보수동맹 회의 연설에서 북한을 ‘탄도 미사일의 세계 제일 수출국’으로 특정했다. 북한과 테러리스트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고리로서, 미사일 수출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밝힌 셈이다.

앞서 CIA는 3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작년에도 탄도 미사일 장비와 기술, 구성요소, 재료들을 중동,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에 계속 수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이란과 파키스탄에 수출함으로써, 중동과 남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침해했다고 분석했다. CSIS는 특히 북한이 중동지역의 구매자들을 위해 제3자가 생산한 미사일 관련 기술과 구성요소를 중개하는 역할도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오사마 빈라덴을 포함한 테러조직에 직접 미사일을 수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 정보기관에서 나온 자료가 없다. 또 북한의 매년 미사일 수출액에 대한 통계치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 말기 때 미사일 수출 중단 조건으로 3년간 매년 10억달러씩 보상해줄 것을 요구한 점을 감안하면, 매년 수억달러에 이르는 미사일 기술과 관련 부품을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시 행정부는 특히 미사일 수출이 북한의 주요 외화 획득원으로, 이 돈이 다시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쓰인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 부시 행정부의 대응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미국은 북한이 더 나은 길을 택할 수 있도록 호혜적 조치의 방향을 제시했으나 평양으로부터 아무런 진지한 반응이 없었다”면서 미국과 세계의 유일한 선택은 결연하게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국무부는 이날 국제 비확산 통제 장치 강화, 필요할 경우 미국 법과 제재 사용,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방안 등을 우선 제시했다. 당장은 군사적 조치를 배제한 채 북한에 대해 다각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신호탄이다.

하지만 라이스 보과관이 “3개국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강조한 데다, 도널드 럼즈펠드(Rumsfeld) 국방장관이 이날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원칙적으로 군사행동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처드 아미티지(Armitage) 국무부 부장관은 1998년 일명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북한이 포용정책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사일 수출 선박 나포 등 제재 방안을 권고했었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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