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란·이라크 등 3국을 ‘악(惡)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 등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에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나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방문, 이들 3개국에 대해 “처신을 바로 하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지 않으면 미국의 정의가 그들에게 실현될 것”이라고 응징 의지를 표시했다.

이같은 부시의 언급은 지난 29일 연두 국정 연설에 이은 세 번째 경고로 미 대통령이 이처럼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는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책임을 지울 생각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 국가에 대해 기꺼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31일 이에 대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 “사실상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압살 기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라고 일전불사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1일 중앙방송 등으로 보도된 이 성명에서 “부시는 연두교서에서 우리를 포함, 일부 나라들에 대해 ‘악(惡)의 축을 이루고 있는 나라’ 등의 악담을 쏟아 놓았다”면서 “근래 조·미관계 역사에 미국 대통령이 직접 우리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인 침략위협을 가한 적은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Rice)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보수동맹(American Conservative Union) 회의에 참석, “북한은 이제 세계 제일의 탄도 미사일 장사꾼으로서 구매자의 의도가 아무리 악하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와든 거래를 트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전 세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들 국가들은 모두 지금 추구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럴 의도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따라서 세계 다른 나라들의 유일한 선택은 결연히 나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Boucher) 대변인은 이날 뉴스 브리핑에서 북한 등이 대화를 통한 대량살상무기 위협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국제 통제 장치 강화 필요할 경우 미국 법과 제재 사용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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