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는 31일 부시 대통령이 30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언급한 것은 '테러전쟁이라는 환경아래 북한의 위협이 특히 우려된다는 판단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바드 대사는 필리핀 대사 등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실용적인 미국적 사고와 체면을 중시하는 아시아적 사고 간의 차이를 설명하고, '미국은 북한과 진정으로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허바드 대사와의 일문일답.

--부시 대통령이 30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WMD 개발국으로 언급, 북미대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있는데.

▲미국은 오래전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특히 미사일 수출 등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연두교서에서 WMD 문제를 언급한 것은 9.11테러 이후 전세계가 테러위협에 노출되는 등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환경과 세계정세 속에서 북한의 위협이 특히 우려된다는 판단에서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테러때문에 북한의 WMD개발 억제 노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연두교서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조율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2월 중순 방한하는 부시 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WMD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다. 또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노력을 지지할 것이며, 다시한번 북미대화 재개에 관한 원칙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방한은 한미 우호동맹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테러전쟁과 대북정책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북한이 테러를 지원했다는 증거를 미국이 갖고 있나.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 다만 WMD를 개발.연구하고 수출하는 것이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간주한 것으로 생각된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대한 견해는.

▲한국과 미국은 지난 90년 정부간 합의에 따라 한국이 대체부지를 조성하면 언제든지 이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는 한국민들이 미군기지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비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가 300km로 제한돼 있다.

▲북한과의 사거리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미사일 개발 억제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F-X)사업 선정을 어떻게 보나.

▲대사가 이 문제를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으나 현재 한국 정부가 F-X 선정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 참여하고자하는 보잉사도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

--김 대통령도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살리면서 대화하기를 희망했는데 미국의 북한과의 대화원칙만을 강조한다. 미국이 북한과 진정으로 대화할 의사가 있나.

▲나는 그간 주로 아시아에서 일해왔다. 미국적 접근방식과 아시아적 사고방식은 차이가 있다. 실용적(pragmatic)이고 직설적(talking straight)으로 대화하는 것이 미국적 사고방식이며, 여기에는 체면을 살리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보면 안된다. 우리는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진정으로 대화할 의사가 있다. 또 미국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하며,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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