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확대와 전력지원을 북한의 핵사찰과 연계시킨다면 미국의 사찰요구에 동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 뉴욕 센추리재단의 셀리그 해리슨 연구원이 최근 밝혔다.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해리슨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일곱번째로 북한을 방문해 백남순 외무상,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대표인 리찬복 상장(한국군 중장급)과 만나 면담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지난 1년간의 미국 대북정책에 대한 보고서에서 그같이 말했다.

해리슨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간의 가장 중대한 현안은 무엇보다 핵사찰'이라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두 나라간에는 지난 94년 핵위기 때와 같은 군사적 긴장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RFA는 전했다.

그는 방북 당시 백 외무상과 리 대표가 북한은 전력이 필요하며 미국과 한국에 전력지원을 요청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며 이들은 그 근거로 미국에 대해서는 1994년 미-북 기본합의문과 클린턴 대통령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에게 보낸 `친서'내용을, 남한의 경우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남북이 베이징(北京)에서 협상할 때 남측이 북측에 남한의 잉여석탄 1천만t을 북측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남북 정상회담 기간에도 에너지 지원에 대한 언질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백 외무상은 또 '미국이 전력공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북한도 영변에 5㎿짜리 원자로와 기본합의 당시 건설중이던 50㎿와 200㎿짜리 원자로의 건설을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고 그는 밝혔다.

한편 해리슨 연구원은 이들 두 사람이 '남한의 대북 에너지 지원을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면서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남한의 에너지 지원이 대북 핵사찰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한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기술적, 재정적인 문제와 함께 '남한의 북한 전력시설 점검을 북한이 거절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핵과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리 대표는 미국이 수천기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험하고 개발하는데 북한은 왜 미사일을 가질 수 없느냐고 반문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적대적인 대북 정책을 볼 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모두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해리슨 연구원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대북 대화제의에서 북한 주민을 돕고 제재를 완화하며 다른 정치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노력은 북한이 핵활동과 관련된 기본 합의를 충분히 이행하고 재래식 병력위협을 감소시키는 조치를 취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은 이같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미-북 관계증진에 대한 진지한 성의를 보여주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그러나 북한의 양보와 동시에 미국도 양보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미-북 관계는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RFA는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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