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정부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24일 북한 청문회를 개최한 것은 앞으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과거보다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신호로 읽혀진다. 북한과의 협상을 강조하면서 북한 인권문제는 비교적 등한시해 온 클린턴 전 행정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2000년에 북한을 ‘종교탄압 특별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라는 이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부시 행정부는 작년 10월 이 건의를 채택했었다.

이날 하원 의원회관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 1부에서는 북한에서 활동하다 추방된 독일의사 노베르트 폴러첸(Vollertsen)씨, ‘꼬리없는 짐승들의 눈빛’ 저자인 탈북자 이순옥씨, 김상철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장 등 3인이 북한의 인권 탄압 실상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이어, 과연 북한 인권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논의한 2부에서는 대북지원 사업을 벌여온 유진 벨 재단의 스티브 린튼(Linton) 이사장, 돈 오버도퍼(Oberdorfer)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젝 렌들러(Rendler) 미 북한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북한 전문가 척 다운스(Downs)씨 등 4명이 각양각색의 제안을 했다.

린튼 이사장은 미국의 실질적인 대북 완화조치를 통한 외교관계 개선, 비정부간 접촉 확대 등 ‘햇볕’을 통한 북한의 개방 유도를 강조했다.

반면, 다운스씨는 대북지원 무용론을 제시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지원 강화를 디딤돌로 북한 주민들의 탈출(엑소더스)을 이끌어냄으로써 북한을 결국 붕괴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을 폈다.

오버도퍼 교수는 미·북 대화 재개를 희망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의제로 삼을 가치가 있지만 양국의 공식 접촉을 방해하거나 막는 이슈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렌들러 부위원장은 UN 인권 소위에서 북한 인권문제 부각, 라디오와 TV를 통한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 직접 전달,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는 각국의 의회 차원 네트워크 결성, 북한 인권 상황 연구에 대한 지원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북한을 고립시키보다는 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같은 포용은 인권 개선과 개방, 기아의 해소에 기여해야만 의미가 있으며, 가능한 한 직접 북한 주민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길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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