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중국, 북한, 일본 오키나와 등 동북아 지역 국가 순방 외교길에 올랐다. 일주일간 숨가쁘게 이어질 이번 순방은 ‘강력한 러시아’의 재건과 ‘미국 패권 견제’라는 푸틴의 야심찬 전략을 구현하는 ‘도전적 무대’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푸틴은 19일까지 베이징(북경)에 머물며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반미 공동전선 형성’을 천명하는 선언문을 발표한다. 19일부터 이틀간은 러시아 지도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에 ‘훈수’를 둘 예정이다. 이어 푸틴은 21일부터 사흘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 참가해 미국의 NMD(국가미사일방어망)의 문제점을 주요 의제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역시 러시아·중국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미국에 과시할 무대가 될 중국방문이다. 푸틴과 장쩌민은 공동선언을 통해 미국의 NMD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이달 초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러시아, 중국과 중앙아시아 3개국을 포함한 5개국 회의에서 따로 만나 NMD 반대에 합의한 상태다. 중국 측과 사전 협의를 마친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공동선언에 세계의 전략적 균형유지와 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협정(ABM)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북한 방문에서 푸틴은 미국의 NMD 추진의 빌미가 되고 있는 북한 미사일 개발의 자제를 부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 우리가 주목할 것은 구 소련 붕괴 이후 지난 10여년간 소원했던 러시아·북한 우호관계가 다시 복원된다는 점이다. 푸틴은 김정일과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예상이다.

푸틴은 오키나와 G8 정상회담에서도 부국(부국)들과의 외로운 일전(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동평화협상 지원, 빈국의 부채 탕감, 에이즈 퇴치 기금 조성 등 G7들의 관심사보다 NMD 등 세계 안보문제를 주의제로 다룰 계획이라고 러시아 고위 관리들이 밝히고 있다.

/김연극기자 y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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