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협정에는 형사처벌ㆍ조사전문가 파견 등 명시

국무회의 졸속처리 논란으로 체결이 전격 연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 내용 일부가 다른 국가와 체결한 협정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가 4일 우리나라와 체결한 11개국의 정보보호협정을 입수해 한일 정보보호협정 문안과 비교한 결과, 기밀 누설자 처리와 기밀 분실 차단 대책 등 일부 핵심 조항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특히 일본 측에 제공되는 군사기밀이 누설됐을 때 분실 당사자와 기관에 대한 법적 처리를 비롯한 근본적인 분실 차단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일정보보호협정 제17조(분실 및 훼손)는 접수 당사자는 군사비밀 정보의 분실 또는 훼손 시에는 상황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시작하고 그 결과 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제공당사자에게 전달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은 상대국에 제공되는 군사기밀을 엄격히 보호하는 의무를 담은 핵심 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들은 군사기밀 누설과 훼손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리 뿐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정보전문가 파견 등을 요구해 한국과의 협정 문안에 관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7월 발효된 스웨덴과의 협정문은 조사 과정에 정보 제공 당사국의 요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조사 결과에 따른 혐의는 형사 처리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불가리아, 러시아, 영국, 호주와의 협정문에는 분실과 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캐나다, 영국, 호주와 맺은 협정문에는 정보전문가를 파견해 조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과거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나 핵시설 등에 북한군사 동향과 관련한 중요 정보가 일본 언론에 먼저 보도된 데 대해 일본의 정보기관을 의심해왔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상대국 보안시설 방문 규정도 다른 나라 협정과 차이를 보였다.

11개국의 협정문에는 상대국의 시설을 방문할 때는 사전 서면허가를 받는 등 자세한 절차가 규정되어 있으나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방문 요청은 방문 당사자의 권한 있는 관련 당국에 의해 방문 대상인 관련 당국에 제출된다"고 포괄적으로 명시했다.

기본적인 사전승인 절차 등을 협정문에 반영시키지 않은 것이다.

또 한일 정보보호협정에는 '보충이행 약정' 조항(제5조)이 있다.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 간에 협정의 구체적인 시행을 위한 보충약정서를 체결토록 한 것이다. 국방부가 11개국과 맺은 협정에는 이런 조항이 없다. 이 조항은 일본 측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국제적인 표준 문서를 따르지 않고 부차적인 약정서를 여러 개 필요로 한다"면서 "일본측 요구에 따라 이 조항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11개국 협정의 정식 명칭은 '군사비밀보호에 관한 협정', '군사비밀정보보호에 관한 협정' 등 모두 '군사'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으나 한일 정보보호협정에는 군사라는 단어가 빠졌다.

다만, 협정문에 표기된 군사비밀을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나 자료"로 정의한 것은 11개국의 협정과 동일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교환할 수 있는 군사비밀을 2~3급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캐나다와는 1~3급 기밀과 군사 대외비를 공유하도록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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