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교적 적극적..美, '태도변화' 전제돼야

오는 12∼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과 북한이 '의미있는 접촉'을 가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안보 이슈를 다루는 ARF에서 북핵 문제는 항상 핫이슈로 다뤄져왔다.

또 북한은 통상 ARF 무대를 적극 활용해왔다. 이번에도 박의춘 외무상이 참가할 예정이다.

북한으로서는 지난 4월 장거리 로켓(광명성 3호) 발사 실패 이후 처음으로 대형 국제무대에 나오는 셈이다.

북한은 현재 평화적 인공위성 발사 권리를 강조하면서도 미국과의 2.29 합의이행 재개와 6자회담의 조기 재개에 적극적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9일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를 한사코 자극해 현재 계획하지도 않고 있는 핵실험이나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강경대응 조치를 발생시키고 마치 우리가 호전적인 것처럼 부각시켜 우리와 주변국들 사이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번 ARF를 통해 3차 핵실험 가능성을 부인하며 국면전환을 노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만큼 미국을 향해 '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소극적이다. 이번 ARF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직접 참가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 북미 접촉 가능성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3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에게 ARF에 대해 물어보면 한결같이 지금은 '대화에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한다"면서 "북한의 진정한 태도변화를 전제로 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러시아를 방문했던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6자회담 재개전망과 관련해 "지금 협상에 복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로 2.29합의를 파기한 만큼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행동이 실천되기 전에는 대화가 재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외교현장의 역동성이 개입될 여지는 남아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북한의 대립이 극심했던 2004년의 자카르타 ARF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미 정부내 강경파의 견제 속에서도 백남순 당시 북한 외무상과 '짧은 회동'을 했고, 후일 이 만남이 북미 접촉 재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북한이 한국 정부를 향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RF에서는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간 비핵화 회담에 이어 외교장관 간 비공식 접촉이 성사되는 등 화려한 이벤트가 연출됐다.

당시 남북회동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북한의 전술적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에 따라 남북회동 여부는 북한과 미국간 고위급 접촉의 성사 가능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소식통은 "현재의 국면은 지난해와 많이 다르다"면서 "특히 올 가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북한이 진정성있는 비핵화 조치를 선행하기 전에는 선뜻 대화국면으로 넘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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