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충돌' 2라운드 비화 조짐
美 '무관하다' 주장하지만 `중국 봉쇄 의도' 관측
中 강력반발.."잠재적 위협" 규정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을 둘러싼 동북아 외교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제사회 질서를 이끌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있다. 이른바 'G2(주요2개국) 충돌'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외교가에 팽배하다.

'밀실처리' 논란 속에 한국 정부가 예정된 시간 직전에 협정 서명을 연기해 '국격을 해쳤다'는 비난과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미국은 외형적으로는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태연한 척하고 있다. 국무부 당국자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면 "이번 일은 한국과 일본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더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한일정보협정 추진의 동력이 미국의 대(對) 중국봉쇄 전략의 일환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는 이제 공공연히 거론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최근 아시아를 최우선 안보지역으로 설정한 신(新)국방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아예 오는 2020년까지 미 해군 함정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에서 패네타 장관이 한국측에 한일정보협정 체결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관측을 부인하지만 한미 2+2회담이 끝난 뒤 불과 보름만에 정부가 '밀실처리'라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협정체결을 서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변수'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2+2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체제(MD)의 구축을 위해 한미일 3국간 정보협력 필요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한 수준의 정보력에 자금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일본을 참여시킬 경우 미국은 재정적인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특히 한국측이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문제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사거리 연장이라는 카드를 활용해 '한일 협력'을 유도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2+2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은 "지역평화 및 안정을 위해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하여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하였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각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3각틀 속에 연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신국방전략에 노골적인 불만을 피력했던 중국은 신경이 더욱 예민해져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사가 발행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일 한일정보협정을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일을 돕지 말라'는 사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3각 협력틀'에 한국이 가세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사설은 아예 "협정은 한미, 미일 동맹이 한미일 3각 동맹으로 나가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한일의) 준 군사 동맹은 명목상으로는 북한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겨눈 전략적 함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사설은 한국 정부의 선택은 근시안적인 것으로 한국의 장기 국가 이익에도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이대로라면 한국은 앞으로 동북아에서 대국들 사이의 '최전선 바둑돌'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설의 표현 수위가 매우 자극적인 것이라는데 주목한다. '중국과 대립하는 위치에 서지 말라'는 경고로 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사설이 중국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각종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압박, 협정 체결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한 것을 보면 중국내 기류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재차 피력했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 일본의 3각 협력에 맞서 러시아와의 연대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선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형국이다.

게다가 강대국들의 긴장구도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남북한은 북방한계선(NLL) 갈등을 비롯해 언제든 되살아날 불씨들을 잔뜩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국익의 계산'을 냉철하게 따져보는 실용적 자세와 불필요한 갈등요소 유발을 자제하는 현명한 대응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게 한국 외교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주문사항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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