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입했다가 격침된 괴선박 사건으로 일본과 북한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질 전망이다. 북한은 시인도 부인도 않고 있고, 일본 정부도 공식적으로 ‘북한’을 지목하지는 않고 있으나 일본의 정부와 언론, 전문가들은 북한 선박임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있다.

◆ ‘북한’으로 단정하는 일본
사건 초기 ‘북한 선박이냐 아니냐’에 일본의 관심이 쏠렸다면, 24일부터는 ‘북한이 어떤 목적으로 그랬느냐’ ‘북한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명확히 입증하느냐’가 관심 대상이다.
정부 대변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을 비롯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 있는 고위 관료들은 이날까지 누구도 ‘북한 소행’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들은 여러 형태로 북한 선박이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의 자세에는 원칙도 도리도 없다’는 사설을 통해 “(괴선박 사건으로) 더한층 중대한 의심과 불신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북한에 직격탄을 퍼부었다.

북한 관련 정보를 다루는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한 선박이라는 것은 내부적으로는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며 “한국에 잠입하기 전에 실시하는 일본 잠입 훈련 과정이거나, 미사일 관련 부품 등을 일본으로부터 몰래 들여가는 작업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 설상가상 일·북 관계
일본과 북한의 관계는 이 사건 전에 이미 ‘상당히’ 나쁜 상태였다. 2000년 가을 수교회담이 중단된 이래 1년 이상 대화가 없었다.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진전이 없는 이상 어떤 대화와 협력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우리는 그런 문제 모른다”는 식으로 비협조적이었다. 일본 여론은 점점 나빠졌고 미국 부시 정권이 출범하면서 일본 정부도 더욱 대북 강경노선으로 기울었다. 매년 해오던 대북 식량지원도 사실상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최근에는 북한 정권의 ‘금고’ 역할을 해오던 조총련에 대한 수사가 시작돼, 강도를 더해가고 있고, 이에 북한 역시 “행방불명자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겠다”고 맞선 상태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말한 “기묘한 행동” “우리 근해에 얼씬거리는 것” 등의 표현은, 주어만 생략했을 뿐 북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각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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