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각종 생화학 무기 연구를 주도해 온 곳은 제2자연과학원(옛 국방과학원) 산하 생물학연구소이며 여기서 개발된 생물무기는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 1주일 안에 한국과 일본 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북한당국이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 90년대 말 이 생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세균탄을 비롯한 각종 생물 무기를 한국과 일본 등에 사용하는 컴퓨터 모의실험을 한 결과 개전 1주일 안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현재 북한에서 생물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소는 생물학연구소 외에 미생물연구소 등 두 세 곳 더 있다』며 『현재까지 이들 연구소에서 세균탄 등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한 세균 종류는 탄저균, 장티푸스, 천연두 등 10여 종』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가 나오자 이를 기록영화로 제작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인민무력부 국장급 이상 군 간부 앞에서 상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언젠가 「평양 주민들의 집에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게 하면서 통일을 이뤄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생물무기의 사용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물학연구소가 무기개발에 성공한 데에는 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하면서 직장을 잃고 이 연구소로 초청돼 온 러시아의 생물무기 전문가들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생물학연구소 등에서 개발한 생물무기를 생산하는 곳은 10여 개의 제약공장들이며 대표적인 생물무기 공장 중에는 전기ㆍ전자와 관련된 이름을 가진 공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학연구소가 소속된 제2자연과학원은 군수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제2경제위원회에서 생산하는 무기와 군사장비 등 모든 군수물자의 연구와 개발을 담당한다. 연구 및 개발 분야는 주로 전자, 생화학, 지상무기, 함선, 항공기, 미사일 등이며 연구 인력은 김책공대와 리과대학 등에서 충원된다.

북한이 개발한 생물무기의 양에 대해 국방부는 5000t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정확히 검증된 수치는 아니라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지난 87년 생물무기금지협약(BWC)에 가입했으나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