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6일 대(對)북한 경고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정책이 한반도에 직접 미칠 영향을 처음으로 가늠케 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향후 대북카드는 강경책임을 부시는 이날 공식 확인했다.

◆ 대북 경고의 의미 =애리 플라이셔(Fleischer)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힌 대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확산 문제에 대한 부시의 언급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맥락은 전혀 다르다.

부시는 이날 ‘북한처럼 과거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다는 증거가 있는 나라에도 테러와의 전쟁이 확대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의 사찰 수용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중단을 강조했다. 테러와의 전쟁 연속선상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국가들은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라크와 함께 북한도 사찰 압박 이상의 재제를 받게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 왜 경고했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미국의 1차적 우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화생방무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다.

미국은 아직 9·11 테러 또는 탄저균 테러에 북한이 직접 연관됐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북한이 지금까지 중동국가와 일부 테러조직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해온 ‘주범’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이집트와 미사일 거래 협정을 체결했는지를 이집트에 알아보겠다고 말했다고 AFP가 이날 보도했다.

미군 수뇌부는 올해 초,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은 2002년까지 중단하기로 했지만, 미사일 개발과 수출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미국은 또 경수로 핵심부품 인도 이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사찰에 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있는 데 대해 못마땅해하고 있다.

존 볼튼(Bolton) 국무부 차관이 지난주 제네바에서 열린 생물무기협약(BWC) 회의에서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강력 비판한 것은 9·11 이후 북한에 대해 차가워진 미국의 시각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습과 지상전을 북한을 상대로 재연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인다. 테러와의 연계에 대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는 한, 우선은 핵 사찰과 미사일 수출 중단 등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쪽으로는 대화창구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겠지만, 현재 양국 간 이견의 골이 깊은 점을 감안하면 밀도있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당분간 적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핵사찰과 미사일 수출 중단 요구를 계속 거부할 경우 미국의 선택이다. 미국은 각종 제재 강화에서 미사일 수출 선박 나포, 미사일과 화생방무기 개발기지 공습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북한을 미국의 차기 공격 대상국으로 거론하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외교가 뒷전으로 물러나고 폭탄이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