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드는 돈줄을 죄기 위한 대북 추가 금융제재를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인 광산 업체들이 이미 지난해 핵실험 이후 취해진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로 수출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중국의 광산업계와 대북 무역상들에 따르면 북한의 대표적인 광물인 마그네사이트 생산업체인 '조선마그네샤크링카공업총회사'가 대북 금융제재 이후 수출대금의 송금중계를 맡겠다는 외국계 은행이 없어 지난해 유럽에 수출한 460만 달러(55억 원) 규모의 아연괴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광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적인 대북 금융제재가 강화되면서 유럽계 은행은 물론 중국의 은행들조차 북한 무역업체들의 수출대금 송금중계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유럽의 수입 업체들이 이미 아연괴 대금을 지급했으나 송금받을 길이 막혀 북한이 이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다른 광물 수출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며 "광물 이외에는 외화벌이를 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북한이 외국계 은행들의 송금 중단 조치로 광물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외화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에 따라 광물을 수출하면서 물물 교환 방식이나 현금 거래를 원하고 있으며 심지어 선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무역 관행에 어긋날 뿐 아니라 리스크도 커 최종 협상 단계에서 거래가 결렬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된 직접적인 활동이나 거래에 대해서만 대북 금융 제재를 가해왔던 미국이 최근 한발 더 나아가 '불법활동'을 벌이는 북한의 모든 무역회사들까지 포함하는 추가 금융제재 조치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혀 북한의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 대북 전문가는 "천안함 사태 등에서 북한을 두둔하지만 중국도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공조해왔다"며 "현재 수준의 금융제재로도 곤란을 겪는 가운데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가 현실화되면 돈줄이 더욱 막히게 되고 북.중간 경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북한이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마그네샤크링카공업총회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광물인 마그네사이트 생산 및 수출권을 쥐고 있는 업체다.

30억-40억t에 이르는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어서 조선마그네샤크링카공업총회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알짜배기' 광물 업체로 꼽힌다.

이 업체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마그네사이트 대부분을 한국에 수출해왔으나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스위스에 본사를 둔 광산개발 업체인 '퀸테르미나'를 통해 내화물((耐火物)의 재료인 마그네샤 형태로 가공해 유럽에 수출하는 등 판로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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