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작년 11월11일 총 6장47조의 ‘부동산관리법’을 제정해 부동산의 매매와 용도 변경, 무단임대를 금지하고, 부동산 사용료의 국가 납부를 의무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1996년 제정된 ‘사회주의재산관리법’에는 부동산의 이용자 범위가 ‘기관, 기업소, 단체’로 국한돼 있지만 부동산관리법은 여기에다 ‘공민’(개인)을 추가해 주목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작년 12월 중순 부동산관리법 제정 사실을 보도했지만 “부동산의 등록과 실사, 이용, 사용료 납부에서 나서는 원칙적 문제들이 규제되어 있다”고만 밝혔고, 구체적인 내용은 ‘민주조선’(내각 및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기관지)이 3월17일부터 4월3일까지 3회에 걸쳐 다룬 ‘부동산관리법’ 법규 해설 시리즈에서 확인됐다.

북한은 작년 11월 말 화폐개혁을 전후해 부동산관리법 외에 양정법, 농업법, 물자소비기준법, 노동정량법 등 모두 11개 경제 관련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함으로써 국가의 경제통제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모든 부동산이 국가 소유로 돼 있는 북한에서 개인이나 단체 간의 부동산 매매나 임대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나,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국가의 주택공급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부동산 암거래 시장이 차츰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2006년 4월 열린 제11기 최고인민회의 4차 회의에서 전국적인 부동산 조사와 사용료 징수 방침을 밝힌 뒤 당해 연도 예산안에 ‘부동산사용료’라는 재정수입 항목을 신설했다.

연세대 김상용 교수(법과대)는 “새로 제정된 부동산관리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공민’에게도 부동산 임대를 허용한 것인데, 임대 형식이긴 하지만 개인에게 사회주의 재산을 이용하는 길을 터줬다는 점에서 발전적 조치로 보인다”면서 “개인에게 부동산 이용권을 부여한 것은 생산성을 높여 북한 경제의 회생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국가의 사회주의식 경제통제권을 강화하고 국토관리 질서도 바로잡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이상적인 시장경제 방식의 토지관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북한법 전문가인 유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남한으로 보면 종합토지세, 재산세 같은 형태로, 국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중요한 입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주조선’에 따르면 새 부동산관리법은 “부동산을 팔고 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고, 관리기관의 승인 없이 부동산의 구조와 용도를 변경시킬 수 없으며, 다른 기관.사업소.단체.공민에게 넘겨주거나 빌려줄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 법은 또 부동산 이용 허가를 받았을 경우 ‘국가가격제정기관’이 정한 사용료를 재정기관에 납부하도록 했고, 부동산의 등록 절차를 그 주체에 따라 ‘자체등록’(이용기관.기업소.단체)과 ‘국가등록’(관리기관)으로 이원화해 “현물과 화폐”(부동산 정보와 가격) 두 가지를 등록하되 ‘화폐’가 불가능하면 ‘현물’만 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은 특히 “토지를 남용하거나, 농경지를 침범해 못쓰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면서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지역인 ‘혁명전적지.사적지’와 역사유적유물, 천연기념물 등을 구체적 보호대상으로 적시했다.

아울러 내각에 비상설기구로 ‘국가부동산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부동산 관리사업 지도는 내각의 지휘 아래 해당 중앙기관이, 부동산 감독통제는 해당 중앙기관과 감독통제 기관이 분담하도록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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