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면회소와 한국관광공사 자산 동결 등 4개 항의 강경 조치를 선택한 것은 일견 지난달 ‘특단의 조치’를 경고한 것에 대한 실행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지난달 4일 ‘3월 말까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이라는 전재 아래 자산동결 등 일련의 조치를 예고했지만 지금까지 상황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놓고는 북한 전문가들조차 상당히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이번 조치를 매우 심각하게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과거에도 금강산 관광을 놓고 북한이 엄포성 발언을 한 예가 없지 않지만 대개는 광광 재개의 희망이 담긴 압박성에 그쳤다”면서 “반면 이번 조치는 다분히 관광 중단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느껴져 단순한 엄포용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측 성명이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험담이 난무하는 정세 하에서 관광문제는 더 논할 여지도 없다”고 강변한 부분을 놓고는 일단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를 접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북한의 이번 조치가 한 단계 수위를 높인 또 하나의 ‘압박용 카드’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주장을 펴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북측 성명이 현대아산의 금강산 체류 인력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든다.

북한이 동결 대상으로 밝힌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을 현대아산이 위탁.관리하고 있어, 현대아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경우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도 “좀 더 조사가 필요하지만 북한이 사업권을 박탈한다고 한 업체들은 이미 금강산에서 특별한 사업을 하지 않고 있어 이번 조치로 당장 영향을 받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북측 성명이 “새로운 사업자에 의한 국내 및 해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것”이라는 밝혔지만 당장 현대아산의 사업권을 취소하겠다는 단정적 언급은 의도적으로 피한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단된 금강산 관광에 어떤 상황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일이 더 어렵게 꼬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컨대 북측 성명의 “남조선 당국에 의해 현대와의 관광합의와 계약이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는 대목을 보면, 향후 금강산 지역의 현대아산 직원 추방 등 더 강도 높은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성공단의 임금과 토지임대료를 둘러싼 추후 협상 과정에서 불똥이 개성공단까지 번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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