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지구 내 우리 정부 건물인 이산가족면회소를 포함한 모든 남측 소유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25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4월 1일까지 관광 재개를 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단의 조치'가 뭔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25일 현대아산·관광공사 등 금강산에 부동산이 있는 우리측 9개 업체 19명과 현지 관계자 11명 등 30명을 금강산호텔로 불러 15분간 조사 일정을 통보하면서 투자 내역과 관광지구 배치도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북한에선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금강산 관리), 군부대, 국토환경성, 재정성 등에 소속된 22명이 나왔다.

북한 김광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장은 "내각 위임에 따라 일주일간 부동산 조사를 실시한다"며 "이는 지난 4일 아태(아시아태평양평화위) 대변인 담화문에서 밝힌 '특단의 조치'에 따른 실천적 조치"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4일과 18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모든 계약 파기', '남측 부동산 동결', '부동산 몰수', '새 사업자 선정' 등을 하겠다고 협박했었다.

이날 방북했던 안교식 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장은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북측이 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실태 조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은 부동산 조사 이후에도 관광이 막히면 부동산 동결이나 압류 등의 '특단 조치'로 협박 수위를 계속 끌어올릴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 부동산 폭탄 만지작"

북한은 이날 우리 정부 소유인 이산가족면회소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관광과는 무관한 건물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조사에 응할 이유도 없고, 앞으로도 응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 확대를 위해 2008년 7월 완공된 면회소는 지상 12층에 206개 객실을 갖췄으며, 남북협력기금 550억원이 투입됐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기 위해 면회소부터 (조사에) 들어간 것 같다"며 "관광 재개를 압박하기 위해 '부동산 폭탄'을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라고 했다.

특히 북한은 2~3일이면 충분할 부동산 조사를 일주일씩이나 질질 끌려고 하고 있다. 이날도 15분 만에 회의를 마쳤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내 부동산은 한 번만 둘러보면 빤히 알 수 있다"며 "금강산 문제를 일주일 내내 남한 내 이슈로 만들어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본다"고 했다. 북핵 협상 때처럼 야금야금 압박 수위를 높이는 '살라미(얇게 썰어먹는 이탈리아 소시지)전술'을 관광 협상에도 들고 나온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는 '토지이용권'만 가져

통일부 등에 따르면 금강산과 개성공단의 '토지소유권'은 북한에 있고, 우리는 '토지이용권'만 있다. 금강산의 경우 현대아산이 9억4200만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2052년까지 토지이용권·개발권 등을 독점 확보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다른 부동산 소유업체들은 원칙적으로 현대아산과의 계약을 통해 현대아산의 토지권 일부를 넘겨받은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도 현대아산이 토지이용권을 획득한 뒤 토지공사와 함께 공단용지로 개발해 입주 기업들에 분양한 것이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고성=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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