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7월부터 북한의 라진항을 사용하게 되면서 몽골자원 확보를 위한 발걸음에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라진항을 통한 동해 뱃길이 열린 만큼 몽골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남방으로 운송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몽골의 지하자원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여왔음에도 남방으로 운송하는 데 드는 막대한 물류비용 때문에 그동안 본격적인 개발을 미뤄왔다.

그러나 라진항 개방으로 운송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됨으로써 몽골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중국은 몽골 가운데 특히 네이멍구(內蒙古)와 인접한 몽골 동부의 초이발산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초이발산은 석탄 1천520억t, 철광석 20억t, 인 20억t, 동 800만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말 그대로 '자원의 보고'다.

중국 영토인 네이멍구(內蒙古)와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네이멍구의 아얼산(阿爾山)까지 거리가 433㎞에 불과하다.

2007년 초이발산에서 아얼산을 잇는 철도를 개설키로 몽골과 합의한 것도 초이발산의 풍부한 지하자원 개발을 확보하려는 전략에서다.

재정 부족으로 자체적인 자원 개발에 나서지 못하는 처지인 몽골로서도 중국의 이런 조치는 반길만한 일이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미 아얼산-지린(吉林)성 바이청(白城)-창춘(長春)-지린-훈춘(琿春)으로 이어지는 철도가 놓여 있어 초이발산-아얼산 철도만 뚫리면 초이발산의 막대한 지하자원이 훈춘과 라진항을 거쳐 동해 뱃길로 창장(長江)삼각주 등 연해지역 공업벨트에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훈춘을 비롯해 헤이룽장(黑龍江)과 네이멍구(內蒙古) 등 중국 북방지역의 지하자원이 풍부하긴 하지만 미래의 자원 고갈에 대비, 자국의 자원 개발을 미루는 세계적인 추세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만강 유역을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두만강) 개방 선도구 사업에 나선 중국으로서는 초이발산 개발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다.

초이발산이 유라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초이발산-울란바토르-러시아로 이어지는 철도가 이미 개설돼 있어 아얼산-초이발산 구간 철도만 놓는다면 일거에 두만강 유역에서 러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두만강 유역은 북한의 라진항을 통해 동해로 뻗어나가고 서쪽으로는 초이발산을 거점으로 유라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가 된다.

중국이 꿈꾸는 명실상부한 동북아시아 물류 핵심기지로서의 지리적 지위가 확보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두만강 유역개발 전문가는 "이미 라진항을 확보, 동해 진출길이 열린 만큼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몽골 자원 개발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 유럽으로 뻗어가는 길을 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초이발산-아얼산 연결 철도 건설이 라진항 개방을 계기로 한층 탄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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