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며 두만강을 건너 무단 입북(入北)한 재미교포 인권운동가인 로버트 박(28·박동훈)을 북한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로버트 박은 북한 체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자진 입북한 최초의 사례다.

북한 내부 소식통을 따르면 로버트 박은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회령시 방원리 부분에 도착했다. 로버트 박은 그 직후 국경(國境)을 지키는 북한군 경비대원들에게 즉각 체포됐다고 한다.

박씨는 정지 명령과 함께 신분을 따져 묻는 경비병에게 “나는 미국시민이며 북한의 인권문제와 김정일의 회개를 촉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직후 그는 초죽음 상태가 됐다.

인민군 경비대원들이 무지막지한 폭행을 가한 것이다. 북한에선 대놓고 김정일을 비방하거나 체제에 대해 도전적인 발언을 듣고도 가만히 있으면 그자도 똑같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엔 그 어떤 타협도 존재할 수 없다.

특히 항상 적대분자들을 주시하면서 조국(북한)의 북방을 지키는 경비대원들이 로버트 박에게 상상하기 힘든 ‘막말’을 듣고 참는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경비대원들은 로버트 박의 미국 여권을 확인한 뒤 초소에서 도(道) 보위부에 보고했다. 이 보고는 곧 중앙에 직보됐다고 한다. 3일 만에 현장에 도착한 중앙보위부 요원들은 로버트 박을 평양으로 직송했다고 한다.

현장 군인들에게 너무 때렸다는 핀잔만 주었을 뿐이다. 최근 국경을 넘은 회령 출신의 북한 주민은 “한국계 미국인이 군인들에게 너무 맞아 몸을 추스르려면 수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군인들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로버트 박이 처음에는 너무 당당했지만 무지막지한 폭행 앞에 심한 공포를 느끼며 나중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단 두들겨패긴 했지만 로버트 박의 신병 처리를 놓고 북한도 상당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로버트 박이 정신을 차리고 단식투쟁이나 다른 형태의 반항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또 그가 쏟아내는 말들은 체제를 흔드는 본질적인 문제여서 가만 놔두기도 그렇고 그냥 내보내기도 명분이 서지 않는다.

체제를 비판하는 소위 적대 분자를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석방할 경우 북한 주민들의 잠재된 저항의식을 일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탈북자는 “미국 여기자들은 이용 가치가 충분했고 본인들이 살려달라고 싹싹 빌었기 때문에 관대하게 보호했다”고 했다.

하지만 로버트 박의 경우는 북한도 처음 접해보는 사건이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아무리 미국시민이라 해도 본보기 차원에서 그를 처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평양 보위부로 이송된 이후부터는 심한 구타나 고문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로버트 박은 엄연한 미국 시민이고 미국정부의 관심 속에 있기 때문에 그의 태도 여부에 따라 석방 여부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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