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순방에 나선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 일행이 이번 순방 과정을 통해 대북 포괄전략의 기초를 다질 것으로 관측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지지(時事) 통신은 1일 워싱턴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이 4개국 순방에서 각국의 의견을 참고해 대북 포괄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당초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대선 캠페인 시절부터 밝혀온 ’과감하고도 직접적인’ 방식의 북한과의 직접대화 입장을 밝혀왔지만 북한의 거부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제의했지만 북한의 외면으로 성사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대북 정책의 골자가 마련되지 못했으며 국무부 북한 담당 책임라인(동아태담당 차관보 등)도 정비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나서자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시급한 과제로 설정, 서둘러 대응에 나섰으며 그 대표적인 조치가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의 이번 순방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통신은 대북 포괄전략이 단기와 중장기적인 것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했다. 단기 전략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조만간 채택되는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에 근거한 다양한 조치가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금융제재 강화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을 축으로 한 의심나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중장기 전략은 비핵화 문제를 포함해 향후 동북아 안보정책에 대한 설계도 마련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포괄 전략의 전체 내용은 서서히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을 놓고 보면 기본적 흐름은 지난해 11월 오바마 정권 인수팀의 ’오바마-바이든 플랜’과 맥락이 닿아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플랜은 우선 미국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험요소로 핵무기로 무장한 테러리스트의 위협과 불량국가들에 대한 핵무기 확산위험을 적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의 강화에 큰 관심을 기울여온 민주당의 지향점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하며 그 핵심 경계대상은 북한과 이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오바마-바이든 플랜에 따라 세계의 모든 취약 지역에 있는 핵물질을 테러리스트들과 그들과 연계할 수 있는 일부 국가들로부터 안전하게 확보하고 대량살상무기의 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 강화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핵확산 방지 노력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불량국가들은 강력한 국제적 제재를 받도록 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오바마 정부는 2010년 5월의 NPT 검토회의를 통해 세계적인 비확산체제의 강화를 대외정책의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 5개국간의 연대를 통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북아 지역의 안보정책을 새롭게 정비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읽힌다.

대표단 일행에 미 국방부의 미셸 플러노이 정책담당 차관과 월리스 그레그슨 아.태 담당 차관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제프리 베이더 아시아 선임국장,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 등 다양한 인사들이 포진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표단의 화려한 면면에서 알 수 있듯 최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와 관련한 미국의 인식이 그만큼 심각함을 말해준다.

정부 당국자는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의 방한은 북한의 핵실험 등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한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중장기적인 대북 정책에 대한 협의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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