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 차례 이루어진 남북 이산가족 교환 방문을 통해 남측 가족들과 상봉한 북측 가족들의 처지에 적잖은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가족들의 변화는 남한 가족으로부터 받은 금품으로 형편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남한 출신이거나 가족 중 일부가 월남한 사람들은 그동안 최악의 성분으로 분류돼 노동당 입당(入當)이나 진학,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아 경제·사회적으로 어렵게 살았는데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면서 남측 가족으로부터 받은 달러나 귀금속, 고가품 덕분에 경제적 사정이 나아져 이웃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과 상봉했을 때 대개 대한적십자사의 권고에 따라 준비해 간 500달러정도를 북측 가족들에게 주었다. 이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건네거나 금반지 등 귀금속과 카메라 등 고가품까지 다 주고 돌아 온 남측 가족들도 꽤 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 작년 8월15일 이루어진 1차 이산가족 교환 방문 직후 북한에선 ‘누구는 1000달러를, 누구는 1만달러를 받았다’는 얘기들이 확산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로부터 받은 금품을 전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측 가족들은 상봉 직후 따로 모여 회의를 갖고 ‘장군님 덕분에 이산가족 상봉도 했고 이렇게 좋은 옷도 입을 수 있었다’며 남측 가족들로부터 받은 것을 전부 당국에 바쳐 왔다고 한다. 북측 가족들은 상봉에 앞서 평양에서 두 달가량 갖가지 교육을 받기 때문에 안 바치고 다 가졌다가는 ‘후과’(後果·나쁜 결과)가 두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렇게 해서 받은 금품 일부를 북측 가족들에게 되돌려주는데 대개 그 비율은 5분의 1정도라고 한다. 500달러를 받았다면 100달러 정도를 돌려준다는 것이다. 100달러는 북한돈 2만원(1달러의 실질 교환가치는 북한돈 200원)으로, 평균 월급 100원인 일반 근로자의 약 17년치 월급에 해당한다.

월남자 가족들의 사회적 처우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북한 TV에는 월남자 가족들도 잘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 드라마가 방영돼 이들에 대한 달라진 눈길을 짐작케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자칫 북한주민들 사이에 남한 사회를 동경하는 분위기가 발생할 것을 우려, ‘남조선은 무조건 갖다 바친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교관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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