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초병이 11일 이른 새벽 장전항 백사장에서 금강산 관광객인 주부 박왕자(53) 씨에게 총격을 가한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은 현대아산 측에 “박 씨가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진입해 초병이 정지명령을 내렸으나 도주해 경고사격을 가한 뒤 발포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측의 주장대로 박 씨가 군 경계지역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비무장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할 만큼 보안을 유지해야 할 곳인 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 장전항에는 군 초소와 유사시 항구로 접근하는 선박을 타격하기 위한 방사포 및 해안포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초소 외에 방사포와 해안포는 관광객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박 씨가 피격된 지점은 금강산 해수욕장에 설치된 2m 높이의 연두색 관광통제선 울타리에서 200여m, 고성읍 방향에 있는 북한군 초소에서 통제선 울타리 쪽으로 1km 떨어진 백사장이다.

이 초소는 전면(前面)에 선박이 해안으로 쉽게 접근 못하도록 하는 방어물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단순히 남측 관광객들이 고성읍 북한 마을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하는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

북측은 이곳에 AK소총(일명 88식 자동보총)으로 무장한 초병을 24시간 교대 근무토록 하고 있다.

남측 관광객들의 옷차림새나 행동 등을 통해 남측 사정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초소의 특성상 이곳에서 근무하는 초병들은 북한체제의 우월의식이 투철한 입대 5년차 미만의 병사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장전항을 에워싸고 있는 산 중턱에는 240mm 방사포 부대가 여러 곳 주둔하고 있다.

12개 가량의 발사관이 장전항을 향해 트럭 위에 설치돼 있다. 북측은 이 트럭을 얼룩무늬 위장막으로 가려 외부인에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방사포는 사거리가 8km~43km인 ’M-1985/1989’ 형으로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배치되어 있는 ’M-1991’에 비해 사거리가 짧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측 관광객을 태운 선박이 접안하는 장전항 부두 인근에는 한때 유고급(70t) 잠수정 기지가 위치하기도 했다.

해안 절벽을 뚫어 잠수정의 출입 통로를 만든 뒤 대형 콘크리트 출입문을 달아놓았는데 2003년 이전까지는 간헐적으로 잠수정이 이 기지를 이용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특구가 확장되면서 이 기지는 폐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전항을 포함한 북한 해금강 지역에는 해안포가 숨겨져 있다. 이 해안포는 76mm 자주포의 포신과 포탑을 뜯어내 그대로 설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박 씨가 무의식적으로 북한군 경계지역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 백사장 주변에는 총격을 가해 출입자를 저지해야 할만한 ’보안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군 초병이 비록 사전 경고사격을 가했다고는 하더라도 발포한 것 자체가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의 배경이 되고 있다.

더욱이 AK소총의 유효사거리가 300~400m인 점을 감안하면 ’조준사격’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씨가 뒷쪽에서 날아온 두발의 총탄에 우측 가슴부위와 좌측 엉덩이 부분이 관통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 군부는 장전항을 관광특구로 지정한 데 대해 초기에는 불만이 매우 컸다”면서 “이번 사고가 군부의 내부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면 파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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