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표된 북·일 합의는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납치 문제는 해결됐다"고 말하던 기존 입장을 바꿔 "앞으로는 해결됐다고 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만 해도 상당한 성과라고 일본 정부는 판단한다. 합의 사실을 발표한 일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도 "일정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북·일 관계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됨에 따라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북핵 6자회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서 제출, 영변 냉각탑 폭파, 6자 수석대표 회담 등 일련의 이벤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 간에 핵 신고서에 대한 협의가 모두 끝났는데도, 북한의 신고서 제출이 계속 지연됐던 것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라는 막판 걸림돌 때문이었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집착하다가 6자회담에서 제 역할을 못해 왔고, 미국에도 "납치자 문제의 해결 없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요청해 왔다. 미국은 동맹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늦췄고, 이 탓에 북한도 핵 신고서 제출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게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북·일 협의에서 북한이 "납치자 재조사"를 발표하는 등 성의 표시를 함으로써 일본과 미국은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이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올 명분을, 미국은 강경파를 설득할 근거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도쿄=신정록 특파원 jrshin@chosun.com
임민혁 기자 l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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