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로 새로 임명된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D.C.네 미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핵문제에 대해 협의한 뒤 국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행보가 긍정적이어서 6자회담이 다음달 중 개최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한.미 양국은 28일 오후 워싱턴 미 국무부 청사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갖고 북한의 시리아 핵개발 지원 사실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을 계속 진전시켜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10.3합의에 규정된 비핵화 2단계 조치를 가급적 조기에 매듭짓고 다음 단계(핵폐기)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4일 미 행정부가 북한-시리아의 핵협력 사실을 확인한 뒤 미 의회 및 행정부 일각에서 6자회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6자회담의 계속 진전’을 강조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특히 6자 수석대표 회동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2-24일 북한을 방문해 핵신고 문제를 협의한 성 김 국무부 과장으로부터 방북 협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에 따라 양국은 성 김 과장이 평양에서 북한측과 협의한 결과를 토대로 핵 프로그램 신고와 향후 검증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당초 예상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조치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6자 수석대표 회동이 끝난 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이 그들의 요구사항과 그들의 의무를 이행하면 우리는 우리의 요구사항과 의무를 확실히 이행할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한 것은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도 베이징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6자회담의 진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8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이날 회담에서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의견을 모았으며 특히 박 외무상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각 당사자들과 기꺼이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소식통은 29일 “북한과 미국이 비슷한 시기에 6자회담의 진전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인 흐름”이라면서 “각측이 이행해야할 조치를 취하면 6자회담 재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북한이 의장국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에 상응해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제시한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참가국에 회람, 의견을 수렴한 뒤 5월중 6자회담 재개일자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몇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특히 북한이 미 정부의 ‘북-시리아 핵협력 확신’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국면이 꼬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은 29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간다면 6자회담은 지금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미 의회 내부에서 시리아 핵협력 관련 정보를 뒤늦게 공개한 것 등을 문제 삼아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류를 볼 때 일단 핵 신고 고비를 넘어서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위한 수순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게 북핵 외교가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현안인 핵 프로그램 신고는 양측간 싱가포르 합의와 최근 성 김 과장의 평양협의를 토대로 고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비핵화 3단계인 핵폐기 관련 협의와 신고서 내용의 검증과 모니터링은 그동안의 과정보다 훨씬 힘든 과정이며 북한과 미국의 협상의지가 다시 시험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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