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7대 종단, 통일연대 등 3개 단체 대표들의 ‘8·15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행사 참가를 위한 방북 승인 결정은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가 9일 말했다.

방북단의 북한방문 승인 과정을 잘 아는 이 관계자는 이날 “8월 14일 오전까지 통일부와 국정원 등 관계기관이 방북단의 ‘8·15 평양행사’ 참가시 정치적 파장 등을 우려해 방북을 불허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이날 낮 김 대통령이 임동원 통일부 장관에게 직접 방북 승인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임 장관과 신건 국정원장 등은 14일 낮 방북단에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들도 포함돼 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김 대통령에 대한 ‘색깔 시비’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청와대에 불허를 건의했으나 김 대통령은 한 종교계 원로인사로부터 ‘7대 종단측이 방북을 원한다’는 건의를 받고 승인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 대통령의 ‘승인 검토’ 지시가 있자, 임 장관은 이날 오후 방북단 대표들을 급하게 만났으며, 오후 7시쯤 통일탑 행사 참석 등 정치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방북을 승인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있은 통일부 국정원 청와대 등 관계 기관 실무자간 회의는 지시가 있은 뒤라 ‘형식적 협의’에 불과했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정부는 그동안 방북 승인과 관련, “14일 오전까지 불허 방침이었으나, 민화협과 7대 종단, 통일연대측이 통일탑 행사 불참 조건으로 방북하겠다는 각서를 써 승인했다”고만 설명해 왔으며 ‘청와대 지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