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비확산조약(NPT) 전체 평가회의를 위한 제2차 준비위원회 회의가 28일(현지시간) 개막 첫 날부터 이란의 핵개발과 북한-시리아 핵협력 문제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서방 국가들은 이 문제들이 NPT 체제에 대한 위협인 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이란과 시리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번 회의에 북한은 참석하지 않는다.

오 준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실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 대회의장에서 열린 회의에 우리나라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NPT의 3대 기둥인 핵 비확산, 핵 군축,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간의 균형된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NPT 체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2006년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을 거론한 뒤 "북핵 문제가 NPT 체제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핵 비확산 분야 토의에서 이 문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거론할 예정이다.

회의에서 크리스토퍼 포드 미국 수석대표를 비롯해 유럽연합(EU), 프랑스, 캐나다 대표들은 북한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가 원자로를 비밀리에 건설했다는 미국의 정보 보고서를 거론하며 그 것이 NPT 체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파이잘 하무이 주제네바 시리아 대사는 답변권을 얻어 그런 주장은 "날조"라고 반발하고, "우리는 모든 이들에게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와 관해 미국이 왜곡했던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또 이란 핵개발 문제와 관련, 안드레이 로가르 주제네바 슬로베니아 대사는 EU를 대표한 기조연설에서 "이란 핵개발의 군사적 이용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다"면서 "EU는 이란이 군사적 핵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이란의 핵프로그램으로 초래된 어떠한 확산 위험도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오세이니 이란 대표는 이란이 NPT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한 뒤,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은 양도할 수 없는 우리의 권리"라고 맞섰다.

다음 달 9일까지 진행될 이번 회의에서는 ▲핵 비확산 및 국제 평화.안보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및 비핵지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토론이 진행된다.

NPT 회원국은 스스로 탈퇴를 선언해 자격 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진행 중인 북한을 포함해 190개국이다.

제1차 회의는 지난 해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렸으며, 3차 회의는 내년 5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다.

한편 오 준 실장은 이날 오후 제네바안보정책센터(GCSP) 주최로 각국 군축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NPT 40주년 기념 공개토론회의 사회를 맡았으며, 연사로는 세르지오 두아르테 유엔 군축 고위대표, 게르노트 에를러 독일 외무차관, 포터 몬테레이 비확산센터 소장이 참석했다.

오 실장은 개회사에서 "그동안 NPT 체제는 핵군축, 핵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3개 기둥 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잘 작동해왔으나 최근 일련의 도전에 직면했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및 기후 변화로 인해 원자력 수요는 급증한 반면, 핵연료주기 민감기술 이전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돼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