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24일(현지시각) 북한·시리아 핵 협력설을 공식 확인한 것이, 북핵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서조차 북핵 해결 프로세스가 다시 좌초하거나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란 비관론과, "새로운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비관론

일각에서는 "시리아가 제2의 BDA(방코델타아시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05년 당시엔 가볍게 봐 넘겼던 'BDA 북한자금 동결' 문제가 1년 이상 6자회담을 공전(空轉)시킨 전례를 염두에 둔 말이다.

특히 최근 미·북 협상에 대해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미국 내 강경파들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제동을 걸고 나올 경우 이와 맞물려 있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제출도 지연될 수밖에 없고, 미국이 본격 대선 국면에 들어가는 8월 이후가 되면 핵 협상이 추동력을 잃게 된다. 또 그동안 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해 "미친놈들이 만든 소리"라고 해왔던 북한이 백악관 성명이 주문한 '엄격한 검증 메커니즘'에 협조할 가능성도 낮다는 게 비관론의 근거다.

◆한국 정부와 낙관론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번 발표가 6자회담과 북핵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6자회담 5월 중 개최'를 기대하고 있으며,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이태식 주미(駐美)대사도 " 6자회담을 좌초시키거나 전복시킬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북·시리아 핵협력 의혹은 작년 9월부터 제기된 것으로 새로운 사실이 아닌데다 이미 싱가포르 협의를 통해 미·북 사이에 해결 수순에 대한 잠정적 합의가 나온 상태다. 이와 관련,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시리아 핵협력은 과거의 일이라는 게 미 행정부의 판단"이라고 했다. 한 당국자는 "미국은 과거를 파헤치는 데 집착하기보다 향후 핵 확산을 철저히 방지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 22~24일 북한을 방문했던 미 실무팀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게 북한과의 협상이지만, 현재는 북한이 과민 반응하거나 그럴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임민혁 기자 l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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