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24일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설이 제기된 지 8개월 만에 이를 사실로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대략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미국 내 정치적인 상황이 이런 행동을 취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부시(Bush)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핵 의혹 시설 폭격 이후 이와 관련된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 의회의 반발을 사왔다.

특히 최근 협상에서 부시 행정부가 시리아 핵 시설과 관련된 북한인의 이름을 북측에 제시했다는 것이 본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의원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압력이 가중됐다. 〈본지 4월 1일자 2면〉 이달 중순부터는 의회를 중심으로 시리아의 핵 의혹 시설에 북한인이 있는 장면이 찍힌 비디오 테이프가 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이런 상태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한 싱가포르 잠정 합의가 공식 문서화한다고 해도 관련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의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의회에서 이 문제를 관련 부처의 예산과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보를 공개키로 입장을 바꿨을 것이란 이야기다.

스콧 스나이더(Sneider)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 잠정합의가 부시 행정부와 의회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에 대한 정보를 밝힐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둘째, 백악관의 이번 조치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싱가포르 잠정합의에서 시리아와의 핵 협력과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인지(acknowledge)'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합의에 대해선 북한 외무성이 먼저 환영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백악관이 북·시리아 간 핵 협력 활동을 못박아 추후 검증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기습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에는 북한이 백악관 성명에 쉽게 반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셋째, 핵 확산이라는 미국 외교의 기본 원칙과 관련한 문제에서 더 이상 공개를 늦추기 힘든 측면도 공개 이유로 지적된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딕 체니(Cheney) 부통령실과 불량 국가에서의 핵 확산을 우려하는 비확산 담당 부서에서 이를 강력히 주장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백악관 성명에 북한 시리아 핵 문제 외에도 핵 확산 문제의 위험성이 길게 언급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백악관은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설이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도 북핵 6자 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창구를 북핵 6자회담으로 단일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2500만달러를 문제 삼아 6자회담을 2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지게 한 것처럼 이날 백악관 발표에 반발할 경우 북핵이 상당 기간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워싱턴=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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