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거래 의혹을 공식 확인했다.

백악관 데이너 페리노(Perino) 대변인은 24일 "북한이 비밀리에 시리아의 핵 활동에 협력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페리노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시리아는 2007년 9월 6일까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동부지역 사막에 비밀리에 건설 중이었다"면서 "시리아는 이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지 않았고, (작년 9월 이스라엘 폭격으로) 시설이 파괴된 이후에는 신속히 증거를 없앴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마이클 헤이든(Hayden)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 하원 정보위원 등을 상대로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해 비공개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에서 헤이든 국장은 이스라엘이 폭격한 시리아 핵 시설 사진과 현장에 북한 사람들이 있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 등을 보여줬으며, 시리아 원자로의 디자인과 연료봉 숫자 등이 영변 원자로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미 정보당국자들은 북한 과학자가 시리아 과학자와 함께 있는 문제의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제시했으며, 그의 신원은 '전지부(Chon Chibu)'라는 이름의 '영변 핵연료제조공장책임자(the head of North Korea's nuclear reactor fuel manufacturing plant in Yongbyon)'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미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 북한과 시리아는 1997년부터 비밀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 시작했으며, 2001년 시리아가 유프라테스강 유역 외딴 사막지대에 원자로를 건설하기 전 이미 북한의 영변핵시설과 관련된 북한 고위 관리들이 수차례 시리아를 방문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북핵 6자 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Hill) 국무부 차관보는 24일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 관계는 과거의 일이라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라면서 "6자 회담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이날 발표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태식 주미대사도 "백악관 성명은 과거 지향적이기보다 장래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오는 27~30일 우리측 6자 회담 수석 대표인 김숙(金塾)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 미국측 인사들과 이 문제 및 6자 회담 재개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행정부는 북한 핵활동 신고와 관련해 북한과 체결한 싱가포르 잠정 합의가 의회 및 행정부 내 일부의 반대에 부딪힘에 따라 기존 합의를 재협상하고 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워싱턴=최우석 특파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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