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탈북자들의 모습./연합자료사진

태국 이민국수용소와 호텔 등지에 수용되어 있는 미국행 탈북자 40여명이 13일 현재 나흘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태국 당국이 이들에 대한 의료 검진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문제에 정통한 태국 내 소식통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오늘 현재 4일째 단식농성을 풀지 않고 있으며 태국 당국이 이들에 대해 건강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국 이민국은 자국과 미국 관계자 이외에 누구도 단식 중인 탈북자들과 접촉을 금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또 "폐암 말기 환자인 30대 초반의 가정주부 이 모씨와 남편, 아들 등 3명은 태국에서 출국 허가를 내줘 이번 주에 미국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태국 당국은 이씨가 중환자임을 감안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미국행을 원하는 다른 탈북자와 달리 출국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 가운데 태국 이민국에 수용되어 있는 남성 10명과 여성 7명을 비롯해 인권기구가 호텔 등지에 보호하고 있는 탈북자 28명 등 모두 45명은 조속한 미국행을 원하며 지난 10일 저녁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탈북자는 인권단체에 보낸 호소문을 통해 "탈북자를 받아들인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만 믿고 태국까지 왔지만 미 정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탈북자들의 미국행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은 적게는 8개월, 많게는 2~3년까지 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일부는 각종 질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태국은 1951년 체결된 '난민지위에 관한 유엔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 입국자로 간주하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입국자는 2천~6천 바트(약 6만~18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그 벌금액수에 해당하는 기일(10~30일)만큼 구류처분을 받은 뒤 추방 절차를 밟게 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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