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탈북자들의 모습./연합자료사진

태국 이민국수용소와 호텔 등지에 수용되어 있는 탈북자 40여명이 미국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10일 저녁식사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인권단체에 따르면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 가운데 태국 이민국에 수용되어 있는 남성 10명과 여성 7명을 비롯해 인권기구가 호텔 등지에 보호하고 있는 탈북자 28명 등 모두 45명이 조속한 미국행을 원하며 11일 현재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인권단체는 "미국 측은 태국이 출국 허가를 하지 않아 미국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발뺌하고 태국 측은 아예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탈북자들은 '미국과 태국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이 높으며 미국행 시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올 때까지 단식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탈북자 중 한명은 자유북한방송(FNK)을 통한 호소문을 통해 "탈북자를 받아들인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만 믿고 태국까지 왔지만 미 정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탈북자들의 미국행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은 적게는 8개월 많게는 2~3년까지 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일부는 각종 질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태국은 1951년 체결된 '난민지위에 관한 유엔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 입국자로 간주하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입국자는 2천~6천 바트(약 6만~18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그 벌금액수에 해당하는 기일(10~30일)만큼 구류처분을 받은 뒤 추방 절차를 밟게 된다.

탈북자 인권단체는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는 12세의 어린이부터 60세 할머니까지 있으며 한 주부는 말기 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미국행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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