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만에 최악의 수해가 닥친 북한에서 적십자사 직원들이 고립된 마을에 구호물자를 공급하고 있다. 일시가 확인되지 않는 이 사진은 2007년 8월 28일 배포됐다./연합자료사진

북한 조선적십자회는 북한의 수해 후 전염병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의약품 부족과 의료시설 파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적십자회의 김은철 부서기장은 21일자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 우려하고 있는 것은 피해 지역에서 전염병이 만연되는 현상"이라며 "상.하수도 설비들이 파괴돼 오염된 물에 의해 설사증, 피부병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날씨가 추워져 감기의 유행도 예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는 보건기관들이 대처해야 하는데 보건기관 자체가 많은 피해를 입어 562개의 병원이 파괴됐고 2천100여개 진료소들에서 손실이 있었다"며 "현지에 나가 보았는데 약품 창고들이 물에 침수돼 약들은 쓸 수 없게 됐고 환자 진료기록도 물과 흙에 젖어 도무지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북한의 현 "보건기관은 한심한 상태"라고 피해 상황을 묘사했다.

이어 그는 "설사증 환자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국제적십자연맹(IFRC)에서 들어온 약을 수송하는 사업을 벌여 이 약으로 긴급대응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FRC는 지난 6∼17일 1조당 2천명의 인원이 석달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담은 3만유로짜리 응급구호품 55조와 2천가구 분의 세간과 500매의 비닐천막 등 현재까지 총 120만 유로 상당의 물자를 지원했다고 김 부서기장은 밝혔다.

그는 "IFRC의 긴급협조 기간은 대체로 석달로, 이 기간에 끝내지 못하면 6개월로 연장할 수도 있지만 우리(북)는 연말까지는 끝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남은 기간에 피해지역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의료기구와 설비를 군.리병원에 보충해준 후 지방창고들에 긴급구호물자를 다시 비축하는 사업을 예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적십자회가 복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앞으로 큰 피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사전방지대책을 세우는 것도 우리의 기본활동 중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우리가 이번 큰물 피해로 많은 경험을 쌓은 만큼 지방행정 일꾼과 협력해 위험지대의 마을을 옮기는 사업을 도와주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인들은 오래 살던 고장을 떠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는데, 적십자 일꾼은 이러한 주민들의 집을 찾아가서 이 지대는 위험지대라는 것과 앞으로 산사태, 큰물피해를 입을 수 있어 마을을 옮겨야 한다고 조언을 해준다"며 "마을에 둑을 쌓고 큰물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지방행정 일꾼과 긴밀히 의견을 나누고 추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적십자회의 이러한 활동은 그동안 북한이 여러 인재와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적십자회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결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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