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연기에 이재민 신의주 소개설까지

"연락도 안되고 도무지 걱정이 돼서…."

중국 선양(瀋陽)에 장기간 머물면서 무역을 하고 있는 북한 외화벌이 일꾼 P씨(34)는 최근 평양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를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송출되는 위성방송이나 인터넷 뉴스를 통해 평양을 비롯해 황해남북도와 강원도 등 지역에 대규모 물난리가 났고 피해도 극심하다는 소식을 들은 뒤 여러 경로를 통해 가족들의 안위를 수소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집이 평양에서도 특히 물난리가 심했던 보통강 구역에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그나마 집이 아파트 5층에 있어 물에 잠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나왔다는 북한의 무역업자 Y씨는 19일 "선양에 상주하고 있는 조국(북한) 사람들은 대부분 평양에 나왔는데 홍수로 집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부 피해지역에서는 통신까지 두절된 가운데 어렵사리 가족들이 친척집으로 대피해 안전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안도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나마 서해갑문이라도 있어 대동강까지 범람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북한의 수해는 북중무역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북한의 한 도 인민위원회 산하 무역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는 조선족 무역업자 J씨는 "거래를 위해 지난 18일 조선(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는 데 아무 연락이 없다가 어제가 돼서야 수해 때문에 9월2일로 방문을 연기해달라는 연락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형수해가 발생했지만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연결하는 압록강철교 육로부문은 도로 정비를 이유로 예정대로 10∼19일까지 열흘 간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단둥의 한 대북소식통은 "수해가 난지 일주일 정도 지났지만 국경출입구(커우안.口岸)를 통해 물자가 들어가지 못해 북한의 수해복구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선양에서 대북지원물자 구매대행을 하고 있는 Y씨는 "수해지원 물자가 남측에서 북측으로 바로 들어가고 있어서 그런지 이쪽에서 지원물자를 구입해달라는 요청은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수해로 국경출입구가 하루나 이틀 정도 더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20일 예정대로 국경출입구가 다시 문을 열지 촉각을 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단둥에서는 지난 12일부터 4-5일 가량 난민처럼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을 가득 태운 정체불명의 북한 선박 2척이 압록강 신의주쪽 강변에 정박해있다 사라져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를 두고 수해가 극심했던 황해남북도 등 해안지역의 이재민들이 선박편으로 수해를 입지 않은 신의주로 소개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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