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지난 11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인천공항 의전실에서 국내 인사들과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지난 94년 방북 당시 북한 김일성(金日成) 주석 내외와 나눴던 대화를 후일담 형식으로 소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주석과 만나서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군 병력을 비무장지대(DMZ)에서 20㎞ 후방으로 이동시킬 것을 제안하자 김 주석은 `남측에서도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남한은 서울이 경계선에서 가까우니 남한은 10㎞, 북한은 20㎞ 후방으로 배치하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김 주석도 어느 정도 수긍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남북한 긴장완화를 위해 군비감축을 제안했다'면서 '당시 남북한 양쪽 군대를 같은 비율로 감축하고, 주한미군도 남북한군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비율로 감축하자는데 기본적으로 합의했었다'고 소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회담 후 장소를 옮겨 나와 부인(로절린 여사), 김주석 내외가 요트를 함께 타고 8시간 동안 낚시를 했다'면서 '김 주석의 부인은 이례적으로 배석했는데 군비감축 문제에 대해서도 `늦출 필요가 없다'며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등 매우 발언권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낚시를 하다가 취미 얘기가 나왔는데 김 주석의 부인은 사냥을 좋아한다면서 멧돼지 100마리 정도를 사냥했다고 말했다'면서 '김 주석은 그 말을 듣더니 `아내는 조준경이 달린 총으로 사냥을 하지만, 나는 조준경이 없는 총으로 달리는 멧돼지를 30-40마리 정도 사냥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는 민주당 김영진(金泳鎭) 의원과 한나라당 황우여(黃祐呂) 의원, 정근모(鄭根謨)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 이사장이 참석했고, 정균양 목사가 통역을 맡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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