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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을 지켜본 ‘탁구 여왕’ 현정화의 감회 깨지지 않는 ‘통일팀’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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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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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북한에는 한번 가보고 싶어요. 다른 건 필요없고 (이)분희 언니를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

91년 일본 지바에서 벌어진 세계탁구선수권 남북단일 코리아팀의 주역 현정화(31·한국마사회 코치)는 남·북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분희(32) 생각을 먼저 떠올렸다. 당시 현정화와 홍차옥(남측), 이분희 유순복(북측) 등은 단일팀 코리아 깃발 아래 출전, 거물 덩야핑이 있던 중국을 깨고 온겨레를 열광케 했다. 모두 자매처럼 지냈지만 그중에서도 복식 파트너였던 남·북의 에이스 현정화와 이분희는 각별한 사이였다.

당시 지바에서 이분희는 대면 첫마디로 “현정화 곱구만(예쁘구만)”이라 했고 현정화는 “언니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라고 말문을 텄다. 그리고 코리아팀은 44일간의 화려한 외출에 나섰다. 코리아 멤버들은 모두 필생의 승부를 걸었고 만리장성을 훌쩍 넘어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작은 통일’을 이룩했다.

현정화는 여지껏 이기고 기쁨에 울어본 일이 없는 차가운 승부사. 하지만 그때는 예외였다. “(유)순복이가 마지막 경기서 중국 가오준을 이기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져요. 기자들이 벤치로 몰려들길래 선수 모두가 경기장 뒤 라커룸으로 도망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

당시 시상식 사진을 보면 다른 팀은 모두 트레이닝복 차림인데 코리아팀만 반바지 운동복 차림이다. 울다가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시상대에 올랐던 것이다.

현정화는 94년 은퇴했고 탁구인 출신 김석만씨와 가정을 꾸렸다. 지금은 한국 마사회 코치로 후배 지도에 땀을 흘리고 있다. 동료인 홍차옥(31)도 가정을 이뤘다. 마지막 경기를 이기고 깡총깡총 뛰던 유순복(30)도 한 아이의 어머니가 돼 평양 만경대 부근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현정화의 단짝 이분희는 동료 선수 김성희와 결혼해 아이를 하나 두고 있으나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정화는 “언니가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해 고생했고 아기도 뇌수막염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할 수만 있으면 우리집에 데려다 요양이라도 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 훗날에나 가능한 얘기겠죠?”라고 반문했다.

현정화는 헤어지면서 자기 이름을 새겨 넣은 한돈짜리 금반지를 이분희에게 정표로 건넸다. “아마 지금도 갖고 있을 거예요. 하긴 모르죠. 생활이 어려웠으면…” 그녀는 자신이 없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코리아팀의 일원이 됐다는 것은 영광이었지만 지워지지 않을 상처도 남겼다. 선수들은 코리아팀이 영원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다시 남·북의 유니폼을 입고 대결해야 했다. 현정화는 “정치쇼에 우리들의 순수한 감정이 이용당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한 팀이라고 믿게 할 땐 언제고…. 나중엔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현정화는 “다음번 단일팀을 구성한다면 다시는 깨지지 않을 굳건한 팀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동석기자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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