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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설 북의 변화,개방 전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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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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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낸 신호가 점점 더 자신만만해져가는 김정일의 전략수정인지, 아니면 남한에서 더 많은 재원을 빼내려는 계산된 책략인지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왔다. 지난주 김정일의 베이징(북경) 비밀방문은, 북한이 진짜 협상을 하고 있으며 외부세계에 대한 개방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었다.

소련이 붕괴되고 동유럽 블록이 와해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북한, 특히 김정일은 동부 유럽이 추진한 개혁을 공공연하게 비난하면서 헐뜯었다. 개혁을 ‘병균’이나 ‘모기’ ‘기생충’ 같은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1994년 북한은 중국을 ‘사회주의의 배신자’로 묘사하기도 했으나, 중국으로부터의 원조에 대한 의존도가 점증하는 탓에 표현은 한층 누그러뜨렸다.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영남(김영남)이 지난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양국은 각자에 맞는 사회주의를 추구하기로 동의한 바 있다. 지난주 김정일의 베이징 방문 때 나온 성명문은 이와 달랐다. 김정일은 중국 개혁가인 덩샤오핑(등소평) 이 추진한 ‘개방’의 ‘위대한 업적’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추진한 개혁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은 북한이 새롭게 경제개혁을 수용하며 중국을 조언자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국 컴퓨터 공장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도가 반드시 실행에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개혁을 막 시작했을 때의 중국보다 훨씬 더 공업화된 경제국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 경제개혁을 추진하게 되면 아시아에서 전환기에 놓인 주요 국가 가운데 하나인 베트남이나 중국보다 어려움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개혁가들은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가들보다 이념적인 숙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북한이 개방을 하고 점점 더 남한을 닮아가려고 할수록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이념적인 지주가 점점 더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의 왕조 같은 체제의 성격이 정치적으로 균형잡힌 행동을 하기가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이런 어려움을 무사히 극복해냈다고 하자. 미국의 국익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하려면 북한체제의 기본적인 의도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만약 외부 세계와 깊은 관계를 맺고 국제적인 기준을 지지함으로써 북한체제가 튼튼해질 수 있다고 김정일이 판단한 것이라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로 가는 길을 포장하고 동북아에서의 긴장을 크게 완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가 나아지고 외부세계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면 미사일 판매, 마약 밀거래, 위조지폐 발행 등 현재 북한에 상당한 돈을 가져다주는 불법행위를 중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실상부하게 잘 ‘교화된(domesticated)’ 북한이 미국과 핵 기본 합의의 협상을 재개해 보다 나은, 다른 형태의 경제적 지원을 선택하면서 기존의 경수로 원자로 계획을 폐기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경제적 수확물을 군비 현대화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할 경우, 미국은 한반도에서 더 강해진 적을 상대하게 될 것이고, 그 적은 다른 강대국들과 점차 깊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미국을 외교적으로 꼼짝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결코 편협된 추측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몇 년간 기근에 시달리면서 국제원조에 의존하는 동안 무기를 잔뜩 사들이고 군사훈련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북한의 궁극적인 의도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보면 남북정상회담이 김정일의 전술적인 작전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그의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미국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 마커스 놀랜드 (Marcus Noland) 미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워싱턴 포스트지12일자 게재

/정리=김봉기기자 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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