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신문은 5일 조간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소식과 이들이 채택한 `모스크바 공동선언'의 내용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 또는 주요기사로 다뤘다.

특히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주요 일간지는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파장을 짚어보는 별도의 해설기사를 게재한 것은 물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의 궤적을 더듬는 특집기사도 싣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체로 일본 언론은 두 나라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상호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데 있어서는 미묘한 시각차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해설기사에서 '북한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낙후된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할 수 있는 러시아의 군사원조를 기대했으나, 러시아측은 군사협력보다는 경제실리를 염두에 뒀던 회담이었다'고 총론적으로 이번 회담의 성격을 진단했다.

아사히는 '북한은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인해 고가의 최신예 무기를 구입할 형편도 못된다'며 '따라서 북한은 자국이 개발중인 미사일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을 저지하려는 러시아에게 대미 협상의 좋은 카드를 마련해 줬다'고 분석했다.

산케이(産經) 신문은 이와관련, '북한이 강력히 희망했던 북.러 군사원조 문제가 공동선언에 다뤄지지 않음에 따라 이 문제는 막후 교섭의 과제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이번 모스크바 선언은 미사일 방어계획 및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개정을 위한 미.러 실무협상을 앞두고 러시아측의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평화적 목적'이라는 대목을 부각시키는 등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농도깊게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또 요미우리는 김정일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유예를 거듭 밝힘으로써 북.미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비친 반면,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 나와 앞으로 한국내부의 혼란을 부추길 소지가 강하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와 중국의 힘을 바탕으로 대미 전선을 구축하려는 구상에 대해 러시아 내부에서는 차가운 시선을 보낸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회담은 북한과 러시아간 미묘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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